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과 관련한 혐의 34건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 법원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에서 배심원단 12명은 만장일치로 모든 혐의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유력한 대선 후보가 선거를 5개월가량 남긴 시점에 ‘범죄자’가 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형사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기는 처음이다.
트럼프는 오는 7월 법원 선고와 관계없이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 헌법상 유죄가 확정돼도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가 유죄 확정 땐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태도인 반면 골수 지지층은 ‘사법 탄압’을 주장하며 더 결집할 조짐을 보여 박빙인 대선 판도에 재판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든 큰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이 많다.
이 사건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자신과의 옛 관계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대가로 성인물 여배우(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약 1억7000만원)를 주고 회사 장부엔 다른 용도로 조작해 기재했다는 의혹에 대한 것이다. 뉴욕주 맨해튼 지방검찰은 지난해 3월 트럼프 기소 당시 모든 혐의에 중범죄를 적용하면서 트럼프의 입막음 시도와 장부 조작이 유권자를 속여 대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려는 작업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재판 절차가 개시된 후 이 사건을 담당해 온 후안 머천 판사는 “7월 11일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예고된 판결 날짜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는 전당대회(7월 15~18일) 직전이다. 미국은 배심원단이 형사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해 평결을 내리고 판사가 이에 따라 형량을 결정한다.
트럼프는 재판이 끝난 뒤 “부패한 판사가 조작한 재판이었다. 국민들에 의한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나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측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는 항상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으리라고 잘못 믿어 왔다. 하지만 아무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는 법원의 유죄 선고 후 곧바로 뉴욕 항소법원에 항소할 예정이다. 여기서도 결과가 유지되면 뉴욕주(州) 대법원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절차가 대선 전까지 최종 확정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트럼프의 대선 출마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국 연방 헌법은 대통령 입후보 자격을 ‘후보 등록 직전 14년을 미국에서 살아온 35세 이상’으로 규정할 뿐 피고인이나 기결수 등 입후보를 제한하는 조항은 따로 없다.
다만 트럼프의 유죄 확정에 영향을 받은 지지자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갈 가능성은 있다. 현재 트럼프는 미시간주(州) 등 다수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2~3%포인트)로 우위를 보이고 있어 법원의 선고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5일 A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 중 4%는 ‘유죄가 나오면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고, 16%는 ‘지지 여부를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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