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수감돼 있던 24일 줄리언 어산지가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 /AFP 연합뉴스

미국의 군사·외교 관련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온라인에 공개해 ‘세기의 폭로자’로 불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53)가 석방된다. 플리바게닝(유죄 협상 제도)을 통해 유죄를 시인하는 대신 사법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로써 약 14년에 걸친 어산지와 미국 정부의 싸움은 막을 내리게 됐다.

로이터는 어산지가 26일 미국령 사이판 법원에 출석해 62개월형을 선고받을 예정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영국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 2019년부터 수감돼 있던 어산지는 이를 복역 기간으로 인정받고 자유의 몸이 돼 모국인 호주로 귀환할 예정이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가 지난 2006년 설립한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010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 소탕 작전을 벌이며 작성한 기밀문서 수십만 건과 미 국무부가 전 세계의 자국 대사관과 주고받은 문서 25만여 건 등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2008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 대사에게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고 말한 사실도 공개됐다. 2016년엔 당시 미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선거 캠프가 주고받은 이메일 수천 건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후 어산지는 미 정부의 추적을 피해 스웨덴을 거쳐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망명했다. 대사관이 보호 조치를 해제한 2019년 영국에서 체포됐고, 미국 검찰은 스파이 방지법 등 1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를 위해서는 영국 법원의 승인이 필요해 어산지는 미국 땅 밟기를 거부하며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미국 정치 매체 더네이션에 따르면, 그는 감방에 갇혀 하루 단 1시간만 마당 산책이 허용되는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미 법무부 대(對)테러 부서 관계자가 사건 담당 판사에게 “어산지는 예정대로 26일 오전 9시 사이판 법원에 나타날 것이며 모든 절차가 끝나면 고향인 호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어산지의 변호인이었던 아내 스텔라는 X(옛 트위터)에 남편의 석방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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