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일본 국적의 30대 남성이 일본인 최초로 태형을 선고 받았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한 대학생을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3일(현지시각) 싱가포르 매체 CNA, 일본 아사히 디지털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지난 1일 강간, 성폭행, 음란물 촬영 등의 혐의를 받는 일본 국적 남성 키타 이코(38)에게 징역 17년6개월과 태형 20대를 선고했다. 주싱가포르 일본 대사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일본인에게 태형이 선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키타는 2019년 12월29일 당시 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피해 여성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타인에게 공유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시 키타는 자신의 지인과 함께 싱가포르 클락키에 위치한 한 클럽에 방문해 친구들과 함께 있는 A씨에게 접근했다. 키타는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술에 취한 A씨를 택시에 태워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새벽 3시45분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한 키타는 엘리베이터 로비에서부터 성폭행을 시작했다. 이후 침실로 이동한 키타는 자신의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침대 근처 테이블 위에도 핸드폰을 올려 또 다른 영상을 찍었다.
범행은 A씨가 의식을 되찾기 시작할 때까지 이어졌다. A씨는 친구에게 연락해 상황을 알렸고, 휘청거리며 아파트를 빠져나온 A씨는 친구가 불러준 택시를 타고 도망갈 수 있었다. A씨는 사건 다음날 경찰에 신고했다.
A씨의 신고 당일 경찰에 체포된 키타는 지금까지 구금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키타의 휴대전화를 압수조사한 결과 각각 24초와 40분 길이의 범행 영상을 발견했다.
키타는 검찰에 ‘성관계가 좋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범행 영상을 친구에게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징역 18년과 태형 20대를 구형했다. 담당 검사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으며 멈추라고 반복적으로 간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 폭행을 계속했다”며 “피해자는 사건 발생 수년이 지난 지금도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입힌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키타 측 변호인은 키타씨가 A씨의 동의를 얻어 집까지 데려갔다는 입장이다. 다만 집에 도착한 A씨가 성관계를 거절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는 게 키타 측 주장이다. 변호인은 “이번 범행은 의심의 여지 없이 심각하지만 피고인이 초범인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키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담당 판사는 “피해자는 분명히 취해 있었으며, 항거불능상태였다”며 “잔인하고 잔혹한 범행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양형은 무거워져야 한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소송 절차가 지연된 점을 감안해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태형은 막대기로 등이나 볼기 등을 때리는 방식의 형벌이다. 현지 법원에 따르면 태형은 50세 미만의 남성 범죄자에게만 적용된다. 태형의 최고형은 24회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