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무슬림계 시민을 체포하면서 구타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경찰관이 엎드린 자세의 남성 머리를 밟는 모습이 담긴 이 동영상은 영국에서 경찰 폭력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촉발하고, 경찰의 인종차별을 비난하는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25일(현지시각) 영국 BBC,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영국 맨체스터 공항 2터미널에서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영상 속에는 하늘색 옷을 입은 남성이 바닥에 쓰러져 있고, 최소 두 명의 경찰관이 그에게 테이저건을 겨누는 장면이 담겼다. 이때 한 경찰관은 테이저건을 겨눈 상태에서 바닥에 있는 남성의 얼굴을 발로 차기 시작하더니 머리를 짓밟는다. 한 여성이 “그만해, 그는 아무 짓도 안 했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영상 후반부에는 하늘색 의상의 남성 외에도 옆에 다른 남성 역시 바닥에 엎드려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담겼다. 현장 바닥에는 작은 핏자국이 보인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경찰이 회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 얼굴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린데 이어 그의 목을 감싸고 바닥에 쓰러뜨리며 제압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빠르게 유포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시민들은 해당 경찰서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며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경찰관은 백인이고, 폭행당한 남성은 무슬림으로 보인다며 이번 폭력 사건은 경찰의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했다. 영국 무슬림 협의회 역시 이 영상에 대해 “깊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영상에서 머리를 밟힌 남성의 가족 변호사인 아흐메드 야쿱은 “남성의 상태가 하룻밤 사이에 악화되었고 뇌에서 낭종이 발견됐다”고 했다.
달 바부 전 런던 메트로 경찰청장은 “경찰의 행동은 끔찍하고 불필요한 일”이라며 인종차별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체포된 남성들이 살인미수, 악의적 상해 등과 같은 심각한 범죄가 아닌 모욕과 폭행 혐의를 받았다고 했다.
◇영국 경찰 “명백한 위험 있었다”
동영상이 촬영되기 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경찰 대변인은 “무기를 빼앗길 수 있는 명백한 위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남성 용의자와 대치했을 때 경찰관 3명이 주먹으로 맞았고, 여성 경찰관 한 명은 코뼈가 부러졌다고 했다.
이후 남성들은 폭행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현재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폭행에 연루된 경찰들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앤디 번햄 맨체스터 시장은 공항으로 착륙하던 비행기에서 일어난 문제가 영상에 나타난 장면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추측했다. 경찰에 체포당한 두 남성이 공항에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누군가를 가리키더니 입국장에서 언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영국 정치인도 가세
여러 영국 정치인이 동영상에 대해 비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동영상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내무장관은 “경찰이 지역사회의 신뢰를 받는 것은 필수적이며 대중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책임자에게 높은 기준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문제가 불거진 지역구의 폴 워 의원은 “맨체스터 공항의 끔찍한 영상에 대해 극도로 우려한다”고 했다.
모든 정치인들이 경찰의 행동을 비난한 것은 아니다. 우파 정당의 리처드 타이스는 “영상을 보고 괴롭지 않았다”며 “경찰이 이러한 무력을 사용했다면 심각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심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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