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2월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집단 참배하고 있는 일본 여야 의원들.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오쓰지 히데히사 회장(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이 모임의 회원들이 참배를 위해 모였다. /교도 연합뉴스

일본의 패전일인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를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총리가 된 이후, 이번까지 9차례 공물을 봉납했다. 하지만 직접 참배한 적은 없다. 다음달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 가운데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이날 야스쿠니를 찾아, 직접 참배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 등이 합사되어 있다. 한반도 출신자도 2만 여 명이 합사돼있다.

1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다음달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이번이 총리로서는 마지막 봉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직 각료 가운데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과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 등이 직접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기하라 방위상은 참배 이후에 “한국과는 계속 관계를 강화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참배와 한일 협력은 별개라는 인식인 것이다.

일본 방위상의 참배는 2021년 8월 당시 기시 노부오 방위상 이후 처음이다. 기시 노부오 전 방위상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이며, 현재는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러주고 정계에서 한발 물러났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참배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각료의 신사 참배에 대해 “개인 자격으로 참배한 것으로 알며, 정부 견해를 말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중국, 한국 등과 관계를 강화할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공물 봉납에 대해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기하라 방위상의 참배에 대해 “일본의 방위·안보 책임자인 기하라 미노루 방위 대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시대착오적인 행위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김상훈 아태국장은 이날 주한 일본 대사관 미바에 다이스케 총괄 공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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