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앞에 뉴욕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AFP 연합뉴스

24일 막을 올린 유엔총회 일반토의가 시작되자마자 미국 뉴욕 유엔 본부가 하나의 거대한 외교 전쟁터로 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호소하며 중동 지역의 전면전 위험에 대한 경고를 보냈고, 오후에 연단에 오른 이란 대통령이 레바논의 친이란 세력 헤즈볼라와 싸우고 있는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가 하면 이날 오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2022년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생긴 불길이 유엔 총회장으로 옮겨 붙고 있는 것이다.

이날 유엔에서는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연설이 예정되면서 뉴욕경찰이 새벽부터 유엔 본부를 여러 겹 둘러싸며 철통 경호를 시작했다.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연단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농담으로 연설을 시작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이 그의 핵심 목표에서 실패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지 않을 것” “(중동에서)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획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등 민감한 발언들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언하고 몇 시간 뒤엔 그가 섰던 바로 그 연단에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 “가자 지구에서 학살했다”고 비난하며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3일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면서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여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길 원하는 건 이스라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이란은 전쟁에 반대하며 서방과의 핵 대치를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유화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안보리도 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측에서 중동 문제에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자국의 전쟁이 의제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회의가 막판에 추가됐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는 국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이 전쟁은 단순히 사라질 수 없고 대화로 진정될 수 없으며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러시아는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 범죄에서 이란과 북한을 사실상의 공범으로 만들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다”라고도 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안보리 회의에 앞서 바실리 네벤지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번 회의는 또 다른 쇼”라면서 “현재 가장 시급한 위기는 가자지구와 레바논, 중동인데 우크라이나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 총회장 외교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오는 26일 연설한다. 러시아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8일 총회에서 연설한다. 북한은 일반토의 마지말 날인 30일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가장 마지막 순서로 연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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