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 건물 앞에 나부끼고 있는 중국 국기 오성홍기/조선일보DB

중국 정부가 29일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한국인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전날 주중 한국 대사관 등이 중국에서 한국 교민이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된 사실을 확인한 지 하루 만이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시민이 간첩죄 혐의로 중국의 관할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면서 “관련 부문은 주중 한국대사관에 영사 통보를 진행했고, 대사관 영사 관원 직무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했다. 또 “중국은 법치 국가로, 법에 따라 위법한 범죄 활동을 적발했으며, 이와 동시에 당사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장했다”고 했다.

한국 국민이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지난해 7월 개정 반(反)간첩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체포된 50대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출신으로, 2016년부터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비롯해 3곳의 중국 반도체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최근엔 개인 사업을 추진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페이시 국가안전국은 A씨가 창신메모리 근무 당시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했다고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체포되기 전까지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서 아내와 두 딸과 생활했다. 지난해 12월 18일 허페이시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들이 간첩 혐의를 거론하며 A씨를 자택에서 연행했고, A씨는 5개월여 동안 현지 호텔에 격리돼 조사를 받았다. 지난 5월 26일부터 구속돼 허페이의 구치소에 갇힌 상태다. A씨의 가족들은 그가 구치소에서 지병인 당뇨병 약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반간첩법은 간첩 행위의 정의를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행위’에서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자료 제공’ 등으로 모호하게 바꿨다. A씨가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한국인이 최초로 반간첩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2014년 중국 반간첩법 제정 이후 한국인이 이 법에 따라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고 했다. 재판에 수년이 걸리고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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