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NCAA(미 대학스포츠협회) 마운틴 웨스트에 참가한 산호세 주립대 여성 배구 선수들이 콜로라도 주립대 팀과의 경기에 앞서 일렬로 서 있다./AP 연합뉴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부 경기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스포츠계에서 최근 미국의 대학 여자 배구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팀에 트랜스젠더 선수가 있다는 데 반발해 다른 팀들이 줄줄이 기권패하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는 28일 “트랜스젠더 수영 선수 리아 토머스 이후 스포츠계에서 트랜스젠더 인권과 관련해 이렇게 치열한 논쟁을 일으킨 선수나 팀이 없다”고 전했다.

문제의 팀은 캘리포니아의 새너제이 주립대 여자 배구팀이다. 지난 4월 이 팀의 한 선수가 과거 남성이었다가 성전환으로 여성이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상대 팀은 물론 같은 팀 동료들 사이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새너제이 주립대 공동 주장 브룩 슬러서는 “트랜스젠더인지 모르고 함께 탈의실과 침실을 썼다”며 “이 선수가 지금보다 더 강한 힘으로 경기를 하면 공에 맞아 뇌진탕을 당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슬러서 등 10명은 트렌스젠더 여성의 여자부 출전이 공정하지 않다며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콜로라도주 연방 법원은 지난 25일 새너제이 주립대가 여자부 토너먼트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놨다.

미 캘리포니아의 산호세 주립대 여자 배구팀 소속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인스타그램

지난 8월 시즌이 시작되자 다른 팀들이 잇따라 보이콧을 선언했다. 보이시 주립대는 경기를 앞두고 토너먼트 출전을 포기했다. 이 대학은 성명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면서도 “모든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서던 유타대, 와이오밍 주립대, 유타 주립대 등이 새너제이 주립대와 경기를 포기했다.

NCAA가 규정대로 이들 팀에 몰수패 판정을 내리자, 일부 선수는 트랜스젠더의 참가를 이유로 상대 팀이 경기를 포기할 경우 몰수패 조치를 취소하라는 긴급 요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학 당국은 이런 반응이 트랜스젠더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새너제이 주립대는 “당신의 딸이 선수라면 같은 혐오를 받아도 괜찮겠느냐”며 해당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킨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대학 당국은 학생 보호 차원에서 선수 이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정치권도 나섰다. 지난 18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새너제이 주립대가 속한 마운틴 웨스트 리그에 서한을 보내 “생물학적 남성이 여자 스포츠에서 뛰도록 허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항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기간에 이 팀을 언급하며 “트랜스젠더 선수를 경기에 출전시키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새너제이 주립대 여자 배구팀은 30일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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