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한 무리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향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미국은 북쪽으로는 캐나다, 남쪽으로는 멕시코와 총 1만2000㎞의 국경을 맞대 불법 이주자 문제가 때때로 불거져 왔다. 불법 이주자를 포함한 미국 내 해외 출생 인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및 도널드 트럼프 ‘1기’ 때보다 조 바이든 집권 후 특히 많이 불어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21년 2월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 정책’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불법 이주자에게 친화적인 정책을 펼친 영향이 컸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했던 ‘멕시코 체류 정책’을 종료하기도 했는데 그동안 이주자들은 멕시코에서 대기하며 망명 절차를 진행해야 했지만, 지금은 망명을 기다리면서 미국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바이든 집권기 이주자 증가 폭, 오바마 때 2~3배

미국 연방이민국에 따르면, 미국 내 해외 출생 인구는 오바마 1·2기(2009~2013년, 2013~2017년) 행정부 때 월평균 5만9000명, 7만6000명씩 늘었다.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는 월평균 4만2000명씩 증가(코로나 팬데믹 기간 제외)했다. 그런데 바이든 집권 후 지난 3월까지, 해외 출생 인구는 월평균 17만4000명 급증했다. 같은 민주당인 오바마 집권기 때보다도 훨씬 많다.

그래픽=백형선

바이든 정부는 불법 이민자를 쫓아내는 대신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예약을 해 합법적 이민 신청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취했다. 트럼프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부모·자식의 생이별까지 초래할 정도로 강경한 이주자 추방 정책을 취한 것과 차별화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경이 느슨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이주자가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국경수비대가 잡은 불법 이민자는 24만974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주에선 이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뉴욕의 경우 6만여 명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6조원 넘는 예산을 불법 이민자 문제에 사용해 혼란을 빚었다. 이번 대선 때 뉴욕은 공화당 후보 지지율이 가장 많이 상승한 주에 올랐는데, 이주자 유입으로 인한 치안 등의 문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불법 이주자들이 주로 향하는 워싱턴 DC와 시카고 등도 뉴욕과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트럼프는 1기 때 강력한 불법 이주자 추방 정책을 시행했다. 체포 즉시 국경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타이틀 42′를 적극적으로 집행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5월 이를 폐지했지만, 트럼프가 부활시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임기 첫날 불법 이민자들을 미국 땅에서 추방하겠다”고 밝혀 왔다.

◇“불법 이주자가 일자리 빼앗아”...이주자도 이주자 반감

30년 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청소부로 일하는 로사씨는 최근 미 탐사 보도 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에 “요즘 국경을 넘는 이주자들을 보면 정말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근 니카라과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이들이 취업 허가증과 신분증을 한 번에 발급받고 편히 쉴 쉼터까지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온 반응이다. 그는 “이전에 어렵게 미국에 온 이민자들은 이런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민주당) 행정부 들어 니카라과·베네수엘라 등에서 온 망명 신청자들이 쉼터에서 편히 쉬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이 매체는 “바이든 행정부가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며 각종 특혜를 제시한 것이 기존 이주자들에겐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켰다”며 “이번 선거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상당수가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업체 에디슨리서치가 미 대선 당일인 지난달 5일 실시한 출구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때 32%에 그쳤던 히스패닉(중남미 출신) 지지율을 46%까지 끌어올렸다. 공화당 후보 중엔 9·11 테러 대응 와중에 치러진 2004년 대선 때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44%)을 뛰어넘는,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히스패닉 중 상당수는 본인이나 가족이 이주자이지만,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추방’ 등의 강력한 국경 정책에 긍정적으로 호응했다. 에디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응답자의 약 4분의 1은 “불법체류자 대부분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답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최근 조사에서 트럼프의 국경 장벽 건설 및 불법체류자 추방을 지지한다고 답한 히스패닉 비율은 3년 전인 2021년보다 최소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인플레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져 새로운 이민자들이 기존 이민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도 선거 기간 내내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향해 여러 차례 “불법 이민자들 때문에 당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고, 그 전략이 어느 정도 적중했다고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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