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미 최대 건강보험사 대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루이지 맨지오네. /펜실베이니아주 경찰

9일 오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알투나의 맥도널드 매장에서 붙잡힌 미 최대 건강보험사 대표 살인 사건 용의자는 모자와 마스크로 최대한 자신의 얼굴을 감췄지만, 유독 짙은 눈썹과 이를 알아챈 시민의 눈썰미로 결국 검거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자신의 이름을 ‘래리’라고 밝힌 한 시민은 전날 오전 9시 15분쯤 친구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러 들린 맥도널드에서 살인 사건 용의자와 닮은 남성을 발견했다. 나중에 이 사건의 용의자로 밝혀진 루이지 맨지오네(26)였다. 래리는 뉴욕타임스(NYT)에 “친구 마이크가 범인이 들어왔을 때 ‘뉴욕에서 온 범인 같다’는 말을 했는데 진짜였다”고 했다. 한 제보자는 폭스뉴스에 “(사진에서 본 용의자와) 눈썹이 똑같았다”고 했다. 일행은 직원에게 이 사실을 제보했고 곧이어 경찰이 출동했다.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경찰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범인은 한쪽 구석에 앉아 갈색 비니 모자를 쓰고 검은색 외투를 입고 있었다. 또 파란색 의료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손에 들고 있던 해쉬 브라운(일종의 감자튀김)을 먹기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을 때 전체 얼굴이 드러나기도 했다.

NYT 등이 입수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맨지오네는 3장짜리 선언문 형식을 글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서 그는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경찰 조셉 케니 형사과장은 “맨지오네는 우리(미국)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료 시스템이지만 기대 수명은 세계 42위라고 말한다”고 했다. 맨지오네는 글에서 또 “분쟁이나 트라우마가 일어난 것에 대해 사과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솔직히 이 기생충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1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블레어 카운티 법원에 출석하던 루이지 맨지오네가 기자들을 향해 소리를 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경찰은 이에 대해 보고서에서 “용의자는 불의에 맞서 행동하기로 결심한 자신을 일종의 영웅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글에서는 그가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대목도 포함돼 있었다. 맨지오네는 선언문에 “연방수사국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우리나라를 위해 하는 일을 존중하기 때문에 제가 누구와도 협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힙니다”라고 했다. 알투나 경찰서장 데릭 스워프는 “우리가 가진 모든 자료를 뉴욕경찰에 넘길 것”이라고 했다. 이날 맨지오네는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고 범죄인 인도 심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도착했다. 법원 입구로 가던 그는 몸부림치며 기자들을 향해 “완전히 상식 밖의 일이며 미국 국민의 지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루이지 맨지오네는 줄곧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시민들은 그의 짙은 눈썹을 보고 그가 범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주 경찰

한편 용의자는 오랫동안 허리 통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맨지오네는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에 올린 글에서 2022년 서핑을 다녀온 후 허리 통증이 더 심해졌고 지난해 7월 척추 유합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가 질병을 앓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사에 원한을 갖게 된 것은 아닌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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