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찍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시신 추정 사진과 동영상이 15일 우크라이나 매체들을 통해 공개됐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북한군 혼성 부대와 전투를 벌여 200명을 사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의 ‘본격 전투 투입’을 직접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본격화했다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날 “우리 군이 쿠르스크주(州)에서 러시아·북한군 혼성 부대와 대규모 전투를 치른 뒤 러시아군이 전사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을 정찰 드론으로 포착했다”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1분 47초 분량의 영상은 드론이 눈 덮인 들판 위 시신들에 접근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드론은 그 위를 천천히 날며 시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얼굴은 목도리나 눈으로 덮여 있어 알아볼 수 없다. 혹한의 날씨에 방치된 지 오래된 듯, 팔이 위로 들린 채 그대로 꽁꽁 얼어붙은 모습도 보였다.
이어서 러시아군 트럭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시신들을 싣고 가다 우크라이나 드론을 발견하고 도망치는 듯한 장면이 이어졌다. 이 트럭은 시신 한 구를 길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이 영상은 우크라이나군 제414 공격 드론 연대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마디아르’를 통해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채널은 게시물을 통해 “총 22구의 시신 사이에 북한군이 섞여 있다. 매번 돌격이 끝날 때마다 북한군 4~5명이 차량을 타고 와 시신을 수습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DIU)도 이날 “러시아·북한군 혼성 부대가 14일 우리 군과 전투를 벌여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며 “(러시아·북한 측의) 전사자 추정치는 2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중 몇 명이 북한군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등은 “북한군이 소모적 보병 공격에 뛰어들었다는 최근 보도와 일치한다”며 북한군 개입이 본격화한 신호로 해석했다. 러시아군은 북한군을 총알받이와 다름없는 ‘일회성 보병(disposable infantry)’으로 사용하리라 예상돼 왔다.
앞서 젤렌스키는 전날 저녁 영상 연설을 통해 “오늘 러시아가 북한군 상당수를 공격 작전에 내보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러시아 내 군사 블로거들도 “북한군이 쿠르스크주 플요호보 마을을 습격, 우크라이나군 300명을 사살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각자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황을 주장하는 가운데 파병된 북한군이 교전에 참가 중이라는 정황만큼은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기습 점령한 자국 영토 쿠르스크를 탈환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 내 자치 공화국인 체첸에서 보낸 병력을 비롯 총 5만여 명의 병력이 투입됐고, 이 중 북한군은 1만100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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