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타무라. /후지뉴스네트워크(FNN)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일본의 한 중학교 교장이 재판에서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압도적인 위계관계를 배경으로 성폭행을 지속한 수법이 매우 악질적”이라며 징역 9년을 선고했다.

20일 NHK와 아사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9일 도쿄지방법원은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도쿄도 네리마구의 한 중학교 교장 기타무라(57)에게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기타무라는 학년 부장을 맡고 있던 2010년 6월 당시 14세 여학생을 성폭행해 상해를 입히고, 이 모습을 불법촬영해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기타무라는 지난달 공판에서 “(피해자와)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는 “영상에 여학생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이 기록돼 여학생이 받아들였다는 진술이 거짓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압도적인 위계관계를 배경으로 성폭행을 지속한 수법이 매우 악질적”이라며 “피해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가지고 학창시절을 보내는 등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했다.

재판부는 “거부하면 학교생활에 영향을 미칠까 봐 불안했다”는 피해자 증언을 바탕으로, 내신 점수 평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피고를 상대로 피해자가 거부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폐쇄적인 학교 분위기 특성상 피해자가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 더욱 저항할 수 없는 심리 상태에 놓였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네리마구 교육위원회는 “교직원에 의한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처를 계속해, 아동·학생의 인권이 보호되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