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야간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버드 스트라이크 원인설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BBC는 29일(현지시각) ‘조류 충돌이 한국 항공기 추락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가 조류 충돌로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항공 전문가이자 에어라인뉴스 편집자인 제프리 토마스는 “한국과 한국 항공사는 업계 최고의 모범사례로 여겨진다. 사고기와 항공사 모두 뛰어난 안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이 비극에는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조류 충돌로 인해 비행기가 추락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호주 항공안전 전문가 제프리 델도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바퀴 등 착륙장치)가 펼쳐지지 않는 일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BBC는 호주 CQ대학에서 항공학을 가르치는 더그 드루리 교수가 지난 6월 기고한 기사를 인용해 “보잉 항공기에는 터보팬 엔진이 사용되며, 이 엔진은 조류 충돌 시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고 전했다. 드루리 교수는 “조종사들은 새들이 가장 활동적인 이른 아침이나 일몰 시간에 특히 경계하도록 훈련을 받는다”고도 했다.

BBC는 “영국에서는 2022년 기준 조류 충돌이 1400건 이상 보고됐다. 그 중 약 100건만이 기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이어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사례를 언급하며 “가장 잘 알려진 조류 충돌 사고는 2009년에 발생했다. 에어버스 항공기가 거위 떼와 충돌한 뒤 뉴욕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했다. 승객과 승무원 155명 전원이 살아남았다”고 했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정부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29일부터 내달 4일까지 7일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세종 등 전국 17개 시도와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