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미국 사법 당국에 인계되는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의 모습 /몬테네그로 경찰청 제공

가상 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4)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2일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2023년 권씨에게 제기한 8가지 혐의에 ‘자금 세탁’ 혐의까지 추가하면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나타냈다.

권씨는 이날 오후 맨해튼에 있는 법원에 출석했다. 지난달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범죄인 인도가 된 뒤 열린 첫 재판이다. 그는 현재 연방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이날 교정당국 차량을 타고 법원 지하 출입구를 통해 재판에 참석했다. 남부연방법원은 작년 초 ‘가상 화폐 거래소 FTX 사기 사건’ 재판이 열린 곳으로, 당시 법원은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32)에게 징역 25년 형을 선고하고 110억2000만달러(약 16조2760억원)의 재산 몰수를 명령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에 79페이지짜리 분량의 공소장을 내면서 자금 세탁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이 2023년 3월 그를 기소할 때 공소장은 12페이지였고 증권사기·시세조작·사기공모 등 8개 혐의였는데 늘어난 것이다.

검찰은 이날 제출한 공소장에서 권씨의 행태를 비판했다. 검찰은 “권씨는 2021년 5월 투자자들에게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코인의 가치가 떨어져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거래가 잦았던 거래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토큰을 몰래 매수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했다. 권씨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법정 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 화폐)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테라의 성장은 대부분 권씨의 뻔뻔스러운 속임수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유죄시 최고 형량은 130년”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다음 기일을 8일로 잡았다.

2일 권도형의 첫 재판이 열린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윤주헌 특파원

형사재판 피고인으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권씨는 자신이 영어를 이해한다는 것 외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보석 없이 구금되는데 동의해, 재판이 끝난 뒤 연방 교도소로 돌아갔다.

권씨가 창업한 테라폼랩스는 2019년 초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법정 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 화폐)인 ‘테라’와 보조 코인인 ‘루나’를 개발했다. 그런데 2022년 5월부터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원 이상의 투자 손실을 봤다. 2022년 4월 한국을 떠나 도피 생활을 하던 그는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뒤, 1년 9개월 만인 지난달 말 미국으로 송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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