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쥐스탱 트뤼도(54) 총리가 6일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 겸 자유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트뤼도가 제안한 ‘돈 퍼주기’ 방식 부양책에 반대하며 사퇴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정통 경제학자 출신의 마크 카니(60) 전 캐나다 중앙은행 및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BoE) 총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일 캐나다 비영리 여론조사 기관 앵거스리드가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카니는 프리랜드에 이어 트뤼도 총재를 대체할 후보(6명) 중 지지율 2위를 차지했다. 언론도 그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일 트뤼도를 이을 넷 중 한 명으로 카니를 꼽았고, 영국 BBC도 7일 어니타 어낸드 캐나다 교통부 장관, 프리랜드 전 부총리와 함께 그를 유력 후보로 지목했다. 카니도 자유당 당권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적극 고려 중이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성명에서 “앞으로 며칠간 가족과 함께 (출마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며 정계 입문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1965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카니는 국제 경제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경제학자다. 1988년 하버드대(경제학)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직에 입문하기 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13년간 런던·뉴욕·도쿄 등을 다니며 일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고, 첫 외국인 출신 영국은행 총재(2013~2020년)를 맡기도 했다. 그가 영국은행 총재였던 시기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현재는 캐나다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 자산운용 회장이자 블룸버그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캐나다 안팎에서는 그가 관세와 인플레이션 등 캐나다가 마주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국제 무대 경험이 많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20일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인물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트뤼도가 자신에게 반기를 든 프리랜드 전 부총리 대신, 그동안 친분을 쌓아 온 카니를 뒤에서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카니의 한계도 있다. 그는 국제 사회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중앙 정치 무대에서 활동하지 않아 캐나다 국민에게 인지도가 약하다. 앵거스리드 여론조사에서도 카니에 대해 ‘누군지 알지 못한다’는 대답이 24%로, 프리랜드(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가 떠오르자 보수당에서도 견제하는 분위기다. FT는 “캐나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폴리에브는 카니가 (찬반) 논란이 많은 탄소세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탄소세 카니’라고 부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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