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가 뒤흔드는 국제 질서

이번 겨울 찾아온 첫 혹한, 무사히 견뎌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겨울들에 비해 추위가 덜했던 탓인지, 이번 한파는 유독 견디기가 힘들었는데요. 마침 독감과 코로나도 유행이라 더욱 움츠러든 한 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도 지나간 한 주의 중요한 국제 뉴스들을 모아들고 찾아왔습니다. 여유롭게 레터를 읽으시며 따뜻한 주말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코앞에 다가온 트럼프 2기 시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20일 열립니다. 취임을 코앞에 두고 트럼프는 본격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시동을 건 모습인데요. 특히 파나마 운하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언급으로 전 세계가 시끌시끌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경제력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느냐”는 질문에 “무엇도 약속하지 않겠다. 뭔가를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건데요. 대선 이후 여러 차례 미국의 경제·국가 안보를 위해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군사력 사용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죠.

트럼프의 ‘깜짝 위협’에 국제 사회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당사국인 파나마와 덴마크 뿐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적대국을 넘어 동맹국과도 영토 분쟁이라는 분란을 일으키며 트럼프 2기 정부의 강력한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주 트럼프 정부와 관련해 등장한 뉴스를 아래 모두 모았으니,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린란드·파나마 운하 넘겨라”… 트럼프, 軍투입 으름장

☞1월 20일의 악몽… “첫날 하겠다” 트럼프 공약 41개, 실행 땐 세계 발칵

☞규제 시달린 테크 거물들, 트럼프와 ‘정부 혁신’ 새판 짠다

☞후원액·친분 따라... 트럼프 취임식 좌석, 콘서트처럼 다르다

☞‘루서 킹 데이’와 겹치는 취임식… 美민주당 의원 다수 불참

◇트럼프 공세에 흔들리는 캐나다…트뤼도 총리 사임

2015년 11월부터 10년 가까이 캐나다를 이끌어온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지난 6일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트뤼도는 마흔네 살이던 2015년 자유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며 집권했고 소수자 권리 옹호, 선제적 난민 수용 같은 정책을 펼쳐 주목받았습니다.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도 인기의 한 비결이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 침체와 이민자 폭증으로 인한 각종 부작용 등으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곧 취임을 앞둔 트럼프가 치명타 한 방을 먹였습니다. 트럼프가 지난달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관세율을 25%까지 올리겠다”고 압박했는데, 이에 트뤼도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한 것이죠. 이 발언이 있자마자 트뤼도는 트럼프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관계를 잘 풀어보려 했지만, 오히려 면전에서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은 어떤가”라는 트럼프의 조롱만 받고 되돌아왔습니다. 지난 1기 정부 때 지나치게 트럼프와 날을 세우며 반목했던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죠. 속수무책 당하는 트뤼도의 모습에 캐나다 국민들도 모두 등을 돌렸고, 결국 사임에 이르게 됐습니다.

☞트럼프 공세에 무너진 트뤼도

☞[클릭! 이 사람] 물러난 트뤼도… 다음은 카니?

◇트럼프 앞 풀보다 빨리 눕는 테크 거물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미국 ‘빅테크’ 거물들이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골적인 태세 전환에 나서고 있습니다. 1기 트럼프 정부 전후로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기업들까지 거액을 기부하거나 회사 정책을 바꾸고 있는데요. 특히 트럼프 최측근으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대거 트럼프 정부에 등용되자, 여기에서 소외된 인사들이 차별받을 것을 우려해 조바심을 내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입니다. 가짜 뉴스를 걸러내는 페이스북의 ‘팩트 체크’ 기능을 없애겠다고 밝혔는데요. 주로 트럼프 진영 의견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취임 직후에 이를 폐기한 것이 노골적인 비위 맞추기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의 ‘아삼륙’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을 메타의 이사진으로 영입했죠. 지금껏 사사건건 트럼프와 대립해 왔던 저커버그가 이처럼 태세 전환을 한 것이 다들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다른 굵직한 빅테크 기업의 거물들도 일제히 트럼프 취임식을 위한 축하금을 기부하는 등 일제히 ‘줄 대기’에 나서 화제가 됐습니다.

☞트럼프 앞에 풀보다 빨리 눕는 테크 거물들

☞WP 만평가, 만화 게재 거부되자 퇴사… 베이조스 역린 건드렸나

◇美 국가 주치의 “한 잔의 술도 건강에 해로워”

하루 한두 잔 정도 ‘적당한 분량’의 술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음주는 용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해로울까요. 지난 3일 미국 연방정부의 공중보건 최고책임자가 “알코올 음료는 유방암을 비롯한 최소 일곱 가지 악성 종양(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이날 비벡 머시 미 의무총감(‘공중보건 서비스단’ 단장)은 “알코올이 들어 있는 모든 술은 암을 유발한다. 많은 이들이 적당한 음주는 건강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담뱃갑처럼, 술병 등에 ‘음주는 암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경고 문구를 붙여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머시의 발표는 5년 만에 한 번 이뤄지는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 개정을 앞두고 나와 더 화제가 됐습니다. 2020년 나온 지침에 있는 ‘남성은 하루 두 잔, 여성은 하루 한 잔 마셔도 된다’는 문구가 ‘(모든)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다’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음주? “한 잔도 안 돼”

◇미 서부 집어삼킨 산불…”LA 역사상 최악의 화재”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한 대형 산불이 좀처럼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식입니다. 9일 확인된 바에 따르면 피해 면적은 약 110㎢ 가 넘었고 최소 1만여 채의 주택이 타버렸으며, 사망자 수도 10명에 이르렀습니다. LA 카운티 보안관 로버트 루나가 “일부 지역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솔직히 몇 명이 사망했는지 우리도 알지 못한다”라고 할만큼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건조한 기후의 해안가에서 발생한 산불은 LA 일대에서 일명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 바람(Santa Ana wind)’을 타고 빠르게 확대됐습니다. 인근 내륙 사막 지역인 네바다주와 유타주로부터 형성되는 고기압이 해안 지역인 캘리포니아로 불어오면서 돌풍이 되는데, 빠른 데다 방향을 예측할 수 없다 합니다. 실제로 현재 LA 일부 지역에서 돌풍은 시속 160㎞에 이르는 등 허리케인급으로 커져 소방 항공기와 헬리콥터조차 날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네요. 화재로 지금까지 대피 명령을 받은 사람이 36만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비어 있는 집을 노린 빈집털이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할리우드도 덮친 LA 산불, 여의도 25배 태웠다

☞시속 160㎞ ‘악마의 바람’ 탄 LA 산불... 8만명 대피령

◇계속된 불황에 줄줄이 문 닫는 일본 라멘집들

고물가에 신음하는 일본에서 ‘라멘 위기설(說)’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000엔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도산 위기에 내몰리는 라멘집이 속출하고 있다는데요. 우리나라의 ‘자장면’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서민 음식인 라멘에는, ‘한 그릇 1000엔 이하’라는 불문율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도쿄 통계연감에 따르면 라멘 평균 가격은 2000년 548엔에서 2023년 567엔으로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물가는 모두 오르는데 음식 값은 그만큼 올리지 못하는 라멘집들이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지난해 도산한 기업형 라멘 체인만 72곳이나 됐는데요. 53건이었던 전년보다 약 30% 급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의 기업형 라멘 체인은 500~1000곳 정도로 추정되는데, 라멘 체인 열 곳 중 한두 곳이 문을 닫은 셈이 됩니다. 이 통계에는 자영업자의 동네 라멘집 폐점은 잡히지 않아, 실제로는 훨씬 많은 라멘집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조사 업체가 기업형 라멘 체인 350곳의 실적(2023년)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적자’가 33.8%, ‘이익 감소’가 27.7%를 기록해 61.5%가 경영 악화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81%)에 이어 역대 둘째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네요.

☞‘1000엔 벽’에 막힌 日라멘집... 줄줄이 문 닫는다

◇폭등한 도쿄 집값 탓에…사고났던 집 살기 유행

최근 일본에선 자살, 강도, 고독사, 화재 등이 발생했던 집이 인기 매물이 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부동산을 일본에서는 ‘사고 물건(事故物件)’이라고 부르는데요. 사고 물건은 사건·사고의 정도에 따라 집값이 크게는 반값 이하로 떨어지지만, ‘저주받은 집’이란 인식이 짙어 빈집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도쿄를 중심으로 전국 집값이 상승하면서 소외됐던 사고 주택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심지어 사고 주택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업체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고 하네요.

최근 도쿄의 한 부동산 업체가 고객 53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사고 물건에서 살아봤다’는 응답자가 전체 5%에 달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20%는 ‘사고 물건에 대한 인식이 앞으로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도쿄 집값이 21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치솟은 데다, 고질적인 저임금과 고물가 문제까지 겹쳐 사고 주택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도쿄 집값 너무 비싸 사고난 집에서도 산다

이번 주 원샷 국제뉴스는 여기까지입니다. 18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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