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유명 관광지인 게티 미술관과 가까운 산자락 맨더빌 캐니언까지 번진 불을 소방 헬기가 진압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좀처럼 진압되지 않는 가운데, 일부 자산가는 소유한 건물을 지키려고 민간 소방 업체를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LA 전역에선 1만2000채가 넘는 건물이 소실됐으나 일부 부유층은 거금을 들여 사설 소방대를 배치해 저택이나 소유 건물의 피해를 막았다.

로스앤젤레스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대형 쇼핑몰을 소유하고 있는 억만장자 릭 카루소는 이번 산불 사태 때 애리조나주의 사설 소방대를 부르고 개인 물차를 동원했다. 부동산 투자 회사 오너인 키스 와서먼도 화재가 심했던 지난 7일 소셜미디어에 “우리 집을 보호할 사설 소방대를 구한다. 이웃집도 모두 불타고 있다. 비용은 얼마든지 지불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전체 산불 진화가 우선인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소방관들과 달리 사설 소방 업체는 고객의 건물을 불길에서 보호하는 것이 임무다. 이들은 산불이 건물로 옮겨붙지 않도록 건물 주변의 나무 등 인화물질을 제거하고 화염 방지제를 분사하거나 환기구를 화재 방지 테이프로 밀봉하는 업무 등을 수행한다고 한다. 사설 소방 업체들의 이익단체인 전국산불방제협회(NWSA)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소방관의 45%는 민간 소방관이다.

사설 소방대는 2018년 로스앤젤레스 산불 때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킴 카다시안과 래퍼 칸예 웨스트 부부가 사설 소방관을 고용해 히든 힐스에 있던 저택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 서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빈번해지면서 재산을 지키려는 부유층들의 수요가 늘어 사설 소방 업계도 호황을 맞은 상황이다.

비용은 만만치 않다. 오리건주의 한 사설 소방업체의 경우 소방관 2명과 소형 소방차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하루에 3000달러(약 440만원) 수준이다. 민간 소방관 20명과 소방차 4대로 구성된 팀을 고용하려면 하루에 1만 달러(약 1470만원)까지 비용이 들 수 있다.

일각에선 사설업체 소방관들이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물을 끌어다 쓰면서 공공 소방 업무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목소리에 대해 한 민간 소방대원은 수천 리터 용량의 물이 탑재된 소방차를 끌고 다니며 개인 수영장을 소화전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고 반박했다. NYT는 민간 업체 직원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데다 장비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지만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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