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가 여성 자격으로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14일 미국 하원에서 공화당 주도로 통과됐다. 이날 미 하원은 ‘스포츠 여성과 소녀 보호법’을 찬성 218표, 반대 206표로 가결했다. 이 법은 학교에서의 모든 성차별을 금지하는 현행 연방법을 개정해 트랜스젠더가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 또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연방법이 가리키는 ‘성(gender)’을 ‘출생 시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과 유전학’에 따라 규정하도록 했다. 조 바이든 정부 당시 개정된 현행 연방법은 성별을 이유로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학업 프로그램과 스포츠 활동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성전환 후 성별의 스포츠 경기에 출전해도 제약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애초에 남성으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신체적 능력이 앞서는 트랜스젠더와 여성의 경쟁이 불공평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트랜스젠더의 스포츠 출전 자격 부여는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과 지지하는 민주당의 충돌을 상징하는 사안이었다. 개정안을 발의한 그레그 스튜비(공화당·플로리다주) 하원 의원은 “이 법안은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반면 “여성이 여성임을 증명하기 위해 수치스러운 신체검사를 받는 등 인권침해를 겪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한 공화당은 이 법안 통과를 지난 3일 출범한 새 의회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추진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부터 ‘생물학적 성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 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될 경우 트럼프가 취임하는 오는 20일에 바로 법안에 서명할 전망이다. 지난 의회에선 비슷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도 민주당 우세인 상원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미 상원은 지난 선거 때 민주당 우세에서 공화당 우세로 뒤집혀, 상원에서도 법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의회엔 여성 수영 선수 출신으로 트랜스젠더 선수 탓에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해 온 라일리 게인스가 참석해 발언했다. 그는 “법안의 통과로 더 이상 여성들이 (선천적) 남성에게 트로피와 출전 기회, 장학금을 빼앗기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민주당과 일부 시민 단체가 극렬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설 경우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총 100석(현재는 한 석 공석)인 상원 중 각각 52석, 47석을 확보한 상태로, 공화당 의석이 필리버스터 해제에 필요한 60석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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