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납치돼 미얀마로 끌려갔다가 풀려난 중국 배우 왕싱(오른쪽)이 지난 7일(현지 시각) 태국 서부 딱주에서 태국 경찰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유명 배우가 태국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태국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의 최대 관광 성수기인 춘제(설) 연휴를 앞두고 태국 여행을 취소하는 중국인이 크게 늘자 태국 관광청은 “여행객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15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태국 호텔 협회 관계자 모라코트 쿨딜록은 “중국 배우에 대한 소식이 나온 후로 주로 4~5성급 호텔에서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쿨딜록은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취소 여파가) 확산될까 봐 우려된다”며 “그 영향은 올해 내내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훙슈에는 ‘태국 여행 취소’ 관련 게시물이 38만건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SNS에는 “치앙마이는 안전한가” “태국 여행을 취소하고 싶을 때 여행사에 환불해 달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은 “이달 말까지 예약된 태국행 단체관광은 단 1건으로 12명에 불과하다”며 “왕싱 납치 사건이 관광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배우 왕싱(31)은 지난 4일 태국·미얀마 국경지대에서 실종됐다가 3일 만에 구출됐다. 왕싱은 드라마 캐스팅을 미끼로 유인돼 미얀마 미야와디 지역으로 납치됐으며, 중국인 대상 사기 수법을 강요받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중국 모델 양쩌치(25)의 가족도 양쩌치가 왕싱과 비슷하게 지난달 20일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미얀마 실종 중국인 174명의 가족들도 실종자를 찾아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태국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 약 3500만명 중 중국인은 약 67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태국 여행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이어지는 춘제 연휴에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10~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관광객인 중국인의 여행 취소가 줄잇자 태국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태국 관광청은 중국 SNS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편의와 보호를 제공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관광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한 수사를 주문했다.

왕싱이 납치된 미야와디는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등을 일삼는 중국계 등 범죄 조직들의 근거지로 악명이 높다. 피해자 중 다수는 가짜 구인 제의에 속아 태국을 방문했다 미야와디로 납치됐으며, 이들 조직은 주로 중국어를 쓰는 이들을 범행 표적으로 삼았다고 SCMP는 전했다. 한국 외교부도 이 지역의 여행경보를 3단계(출국권고)에서 4단계(여행금지)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