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면서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은 4년 만에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갔다. 바이든은 이날 오전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앉아 트럼프에게 전달할 손편지 작성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마지막 업무를 끝냈다. 미국에선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편지를 남기고 백악관을 떠나는 전통이 있다. 자신의 대선 패배를 불복하고 2021년 1월 바이든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트럼프마저도 이 전통만큼은 충실히 따랐다. 편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시 바이든은 트럼프의 편지가 “매우 너그러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사실상 임기 마지막 날이었던 19일에는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1월 셋째 주 월요일) 행사의 일환으로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교회와 흑인 역사 박물관을 찾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바이든이 정치적 고비에 몰릴 때마다 힘을 실어준 곳으로 이 지역을 임기 내 마지막 방문지로 삼으며 각별한 애정을 표한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해 2월 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흑인 투표자들의 압도적 지지에 힘입어 96%의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하며 당 안팎에서 제기하던 고령 리스크를 잠재울 수 있었다. 4년 전인 2020년 대선에서도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 민주당 경선에서 연패하며 위기에 몰렸으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대승을 거두며 선두로 치고 나간 바 있다. 바이든은 교회에서 한 연설에서 “여러분의 대통령으로 봉직한 것은 일생의 영광이었다”며 “이제 이 여정을 마무리하지만 내 열정은 선거에 당선돼 처음 공직에 입문하던 스물아홉 살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날 낙후된 원주민 지역사회를 위한 연방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임기 내 마지막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또 민권 운동가 다섯 명을 사면하고 모범 수감자 두 명에 대해 감형 조치도 내렸다. 그는 “미국은 두 번째 기회에 대한 약속을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라며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미국 역사상 그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개인 사면과 감형을 단행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임기 막판에 대규모 사면·감형을 단행한 그에게 “불법 총기 소지·탈세 혐의로 기소된 아들 헌터를 직권 사면한 일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물타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1972년 최연소 미 연방 상원 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의 샛별로 등장한 바이든은 이후 내리 6선을 하면서 유력 정치인이 됐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2009년 1월~2017 1월)에서 국정 2인자인 부통령을 지냈고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트럼프를 꺾고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이듬해 1월 취임했다. 그는 일찌감치 연임 의사를 밝히고 재선에 도전했으나 고령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통령 후보직을 카멀라 해리스 당시 부통령에게 넘겼다. 이로써 그는 재선을 포기한 일곱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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