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영국인 남성이 청바지 한 벌로 무장한 채 자신보다 40세 넘게 어린 강도를 물리쳤다.
AP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아침 론 크로커(84)는 사우스요크셔의 몰트비에 있는 무인 세탁소에서 빨래를 말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복면을 쓴 강도가 쳐들어와 돈을 요구했다.
강도가 칼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크로커는 개고 있던 청바지를 손에 감았다. 그러고는 “다시 오면 죽여버릴 거야”라고 말하며 남자를 문 밖으로 밀쳐냈다.
크로커가 건조기 옆으로 돌아와 출입문을 등지고 있을 때, 강도는 크로커를 다시 한번 공격했다. 크로커는 남자를 밀쳐낸 후 청바지로 감싼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강도가 맞았는지 방범카메라(CCTV) 영상에서는 ‘퍽’ 하는 소리가 났다. 그 기세를 몰아 크로커는 강도를 출입문 밖으로 내쫓았고, 남자는 결국 물러났다.
크로커는 BBC에 “건조기에 동전을 넣고 있을 때 남자가 쳐들어와서 ‘지갑 내놔’라고 소리쳤다”며 “그가 계속 저에게 소리 지르며 욕했기 때문에 저도 소리치기로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강도는 결국 도로로 굴러떨어졌다고 한다. 크로커는 이 사건으로 손과 팔에 멍이 들었지만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건설 현장 감독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크로커는 “나는 평생 돈을 벌기 위해 일해왔다”며 “강도에게 그런 돈을 줄 수는 없었다.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에 도움을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나 아니면 그 남자가 죽을 뻔한 상황이었고, 내가 이겼다”고 했다.
크로커의 이야기는 영국에서 화제가 됐다. ‘크로커에게 삶의 기쁨을 더해주고,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며 시작된 모금 행사에는 3700파운드(약 660만원) 이상의 기부금이 모였다.
크로커는 “밤에 조용할 때면 그때가 떠올라 잠을 이루기 힘들다”면서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갑자기 유명해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저는 여전히 론 크로커”라고 했다.
사우스요크셔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로이드 스미스(42)가 강도 미수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구금됐으며 다음 달 7일 열리는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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