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워싱턴 DC 의사당 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 가운데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47대 미국 대통령에 오른 트럼프는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강력하고, 가장 존경받는 국가로서의 자리를 되찾아 전 세계의 경외심과 찬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더 이상 미국은 (외국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평화 중재자와 통합자가 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취임식에서 미국 외교 정책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친(親)이란 무장 단체들의 전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영향력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두 개의 전쟁’에 대처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힌트’로 볼 수 있는 발언들이다.

유럽 매체들은 “외국 국경을 지키는 데 무제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미국 국경과 국민은 보호하지 않았다”는 말에도 주목했다. “외국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말의 연장선상에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가시적 이익’과 연결될 경우에만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내심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겠다던 말을 대선 승리 후 ‘6개월’로 바꾸는 등 우크라이나 지원의 폭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르몽드는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빨리 담판을 지으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해) 푸틴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예전부터 이스라엘에 친화적이고 이란에 적대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게다가 트럼프는 중동의 석유 자원을 둘러싼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에도 집착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의 직접 개입 없이 중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이스라엘에 미국의 대리자 역할을 맡기는 것이 상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NYT는 “트럼프가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두 전쟁의 당사국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화상회의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분쟁과 핵무기 문제에 대해 미국 새 정부와 대화하는 일에 열려 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과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이 장기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방위비 지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신호를 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양국 동맹이 더욱 강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이스라엘과 휴전 중인 이슬람 무장 단체들을 언급하며 “양국이 협력해 이란의 ‘테러의 축’을 무너뜨리고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했다. 이란 외무부는 “새 미국 정부의 정책이 현실적이고 국제법에 기반하며 이란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의 이익을 존중하기 바란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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