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제러드 쿠슈너 부부가 대통령 취임 축하 만찬에 참석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는 20일(현지 시각) 아버지가 주재한 ‘촛불 만찬’에 배우 오드리 헵번의 드레스를 재현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헵번 스타일’은 수십 년이 흘러도 재창조되는 패션계의 교과서 같은 존재이지만, 이방카가 입자 뜻하지 않은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다.

이방카는 1954년 영화 ‘사브리나’에서 헵번이 입었던 드레스를 그대로 따라 한 옷을 입었다. 몸에 딱 맞는 드레스에 넓게 퍼진 스커트가 달린 것이 특징으로, 검은색의 꽃 자수로 완성된다. 이방카는 헵번과 마찬가지로 올림머리를 하고, 팔꿈치까지 오는 새틴 장갑을 착용했다. 헵번은 흰색 장갑을 착용했다는 것만 차이점이었다.

이방카 트럼프는 영화 '사브리나'에서 배우 오드리 헵번이 입었던 드레스를 재현한 의상을 입었다. /이방카 트럼프 인스타그램

이 드레스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지방시에서 이방카를 위해 맞춤 제작한 것이다. 영화 ‘사브리나’ 속 헵번의 모든 옷은 지방시가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방카의 드레스는 좋지 못한 평가를 불러왔다. 영화 ‘사브리나’는 운전기사의 딸인 헵번이 재벌가 형제와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이야기다. 특히 헵번이 착용한 드레스는 노동자 계층의 딸이 상류 사회의 중심 인물로 변신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재벌가에서 자란 ‘금수저’ 이방카가 드레스가 가진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패션 잡지 글래머는 “이방카는 1950년대를 연상시키는 선택으로 전통적인 보수적 미학에 호소하는 듯했다”며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드레스를 입은 장면. /유튜브 영화

헵번의 생애를 알고 있는 팬들은 더욱 분노했다. 헵번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반(反)나치 활동을 하던 레지스탕스였다. 고립된 연합군 공수부대원을 안전지대로 인도하며 음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또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헵번은 유니세프 친선 대사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헵번의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이건 그녀에 대한 모욕이다. 헵번은 배우가 되기 전 이방카의 아버지가 모방하는 정치 운동에 반항하는 인사였다” “헵번은 이방카의 인생과 완전히 다르게 살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아이콘으로 기억되는 것” 등의 글을 남겼다.

패션지 보그의 에디터 릴라 램지는 ‘오드리 헵번을 언급하는 잘못된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극단적인 정치가의 딸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여성으로 분장한 건 아이러니 그 자체”라며 “특히 네덜란드가 나치 점령하에 있을 때 헵번이 굶어 죽을 뻔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이방카 트럼프와 제러드 쿠슈너 부부가 20일(현지시각) '촛불 만찬'에서 왈츠를 추고 있다. /이방카 트럼프 인스타그램

이처럼 논란이 일자 헵번의 장남이 직접 입을 열었다. 숀 헵번 페러는 영국 데일리메일에 “어머니에게서 영감을 얻어 우아함과 품격을 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어머니의 정치 성향은 트럼프와는 맞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의 우아함은 내면의 아름다움과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요즘처럼 길을 잃은 듯한 시대에 많은 유명 인사에게 기준점이자 닻과 같은 존재가 되어 준다”며 “어머니는 권리를 박탈당한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고 했다.

비판의 목소리를 인지한 듯 이방카는 백악관을 통해 헵번의 드레스를 입은 ‘특권’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이방카는 “지방시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놀라울 정도로 정밀한 장인 정신으로 원작의 예술성과 우아함을 담아낸 걸작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어 “오랫동안 내게 영감을 준 헵번의 유산을 이러한 방식으로 기리는 것을 큰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이 순간을 실현해 준 지방시 팀에 매우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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