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영화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 스틸 컷. /넷플릭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며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차례 매입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덴마크는 강하게 거부하고 있습니다. 전략적 요충지이자 자원의 보고인 그린란드가 덴마크령이 된 데에는 1세기 전 죽음을 무릅쓰고 그린란드를 탐험했던 덴마크인들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넷플릭스 최초의 덴마크 영화 2022년 작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입니다. 덴마크 탐험가 아이나르 미켈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20세기 초 미국에 맞서 그린란드를 덴마크령으로 귀속시키는 데 기여한 탐험가들의 처절한 여정을 그렸습니다.

영화는 1909년 덴마크 북극 원정대장 아이나르 미켈센(니콜라이 코스테르발다우)과 탐험 경력이 전무한 선박 정비공 이버 이버센(조 콜)이 그린란드로 향하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의 임무는 “그린란드는 섬 하나가 아니라 분리돼 있고, ‘피어리 랜드’라는 섬은 미국 것”이라는 미국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찾는 것입니다. 앞선 원정대가 그린란드는 하나의 섬임을 증명하는 과학적 지도를 그려냈지만,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들을 찾아 떠났던 한 대원도 빈손으로 돌아와 동상 입은 발가락을 펜치로 절단합니다. 미켈센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강한 신념으로, 썰매를 끌고 선박을 떠난 지 세 달 만에, 먼저 간 대원들이 돌무덤에 남겨 놓은 지도를 찾아냅니다. 이후 이들이 동토(凍土)에서 겪는 일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만큼 덴마크인들에게 그린란드는 중요하단 뜻이겠지요.

얼어버린 시간 속에서 예고편 캡처. /넷플릭스

영화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에서 대부분 장면을 촬영했다고 합니다. ‘얼음에 맞서(Against the Ice)’라는 원제처럼 두 주인공은 조국에 대한 헌신과 뜨거운 동료애로 극한의 추위를 녹여냅니다. 한 세기가 지나 다시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땅, 서울로부터 약 7800㎞ 떨어진 그린란드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감독과 배우가 덴마크인이고 원작도 덴마크어로 쓰였지만, 영화 대사는 영어입니다. 미국으로부터 그린란드를 지킨다는 주제의 영화를 “글로벌 공감을 받기 위해” (미국의 언어인) 영어로 찍었다는 사실이 역설적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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