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 있는 놀이공원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에서 지난 17일 시작돼 다음 달 16일까지 진행되는 설 축하 행사(Celebrate Lunar New Year)에서는 예년과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한복을 입은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가 방문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한국 무용수들의 축하 공연도 열린다. 공원 내 설 축하 기념 장식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축하 인사가 한국어·중국어·베트남어로 함께 걸렸다.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는 올해로 개장 70주년을 맞는 원조 디즈니 놀이공원이다. 이곳은 그동안 음력설 때마다 공원을 중국풍으로 꾸미고 중국 음식과 중국 예술 공연을 주로 선보였다. 올해도 중국 색채가 짙기는 하지만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 콘텐츠까지 함께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복 차림의 미키·미니의 등장은 소셜미디어로 전파되며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중국 관광객들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상하이·홍콩 디즈니랜드가 설날 이벤트를 벌이면서 음력 설(Lunar New Year)이 아닌 중국 설 중국 설(Chinese New year)이라고 명확히 한 것과도 대비된다.
이를 두고 설날을 중국만의 명절이 아니라 음력 설을 즐기는 모든 아시아 국가들의 명절로 인식하는 최근의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계와 베트남계 거주 지역이다.
이런 변화는 미국 연방우정청이 지난 14일 발매한 설날 우표 디자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정청은 1992년부터 매년 음력 설날에 기념 우표를 발행해 왔다. 해당 연도에 해당하는 열두 띠 동물의 그림을 넣으면서 해당 동물을 뜻하는 한자도 같이 넣었다. 예를 들어 쥐띠 해에는 자(子)자를, 용띠 해에는 진(辰)자를 넣는 식이다. 그런데 2020년 발행되는 음력 설 우표에서는 한자가 아예 빠졌다. 동물의 디자인도 특정 국가의 색채가 느껴지지 않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올해 우표도 초록색 뱀을 형상화했지만, 뱀을 뜻하는 한자인 사(巳)가 그려졌던 직전 뱀띠 해(2013년) 우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이 상임이사국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엔에서 최근 발행한 음력 설 우표 디자인에 뱀 사(蛇)와 을사년(乙巳年)까지 표시된 것과 대비된다.
중국에서는 이처럼 음력 설을 여러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즐기는 명절로 인식하려는 흐름에 대해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유네스코는 중국의 음력 설을 춘제(春節· Spring Festival)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생기 넘치는 축하와 소중한 문화 전통에 대한 국제적 인정”이라며 이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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