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한인 변호사 사라 리 베스트와 남편인 다니엘 솔로몬. /워싱턴포스트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의 충돌 사고로 한인 변호사도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동포사회에 따르면, 워싱턴DC의 윌킨슨 스테크로프(Wilkinson Stekloff) 로펌 소속 사라 리 베스트(강세라·33) 변호사는 동료와 함께 캔자스주로 출장을 갔다가 이번 사고로 숨졌다.

강 변호사는 밴더빌트대와 펜실베이니아대(유펜) 로스쿨을 나와 지방법원 판사 등으로 일한 뒤 변호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에서는 학업 성적이 좋아 최우등(숨마쿰라우데)으로 졸업했다고도 한다.

특히 강 변호사는 오는 2월 21일 대학 시절 처음 만난 남편과의 10주년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를 기념해 오는 5월 하와이 여행을 계획해 두기까지 했다.

남편 다니엘 솔로몬은 아내인 강 변호사가 늘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과 손으로 만든 카드, 풍선, 촛불로 정성 어린 깜짝이벤트를 준비해 주는 아내였다고 한다. 솔로몬은 “우리는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였다”며 “그녀 없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그녀를 알게 된 모든 사람들의 삶에 깊은 감동을 줬다”고 했다.

동포사회 역시 강 변호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애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미국 내 180개 한인 단체 등을 총괄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 서정일 회장은 연합뉴스에 “유족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라고 했다. 테네시주 클락스빌한인회(회장 최건홍) 관계자는 “슬픈 소식을 전하게 돼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알려진 한인 희생자는 총 4명이다. 앞서 한국계 10대 여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과 그의 어머니 진 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10대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과 레인의 어머니 크리스틴 레인이 희생자 67명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주총연은 주말을 이용해 이들의 유족을 만나 위로하고 지원 방법을 살피는 동시에 애도 성명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밤 미국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공항 상공에서 60여명을 태운 소형 여객기가 군 헬리콥터와 공중 충돌하는 장면. /NBC

한편 지난 29일 오후 8시 48분(현지 시각)쯤 미국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여객기와 군 헬기가 충돌해 폭발한 뒤 강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신 수습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여객기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헬기에 탄 군인 3명 등 두 항공기에 타고 있던 67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