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추락 사고로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2명이 숨진 가운데, 한국에서 입양된 것으로 알려진 선수가 소셜미디어 계정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올려둔 모습이 포착돼 먹먹함을 더했다.
지난 29일 미국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 상공에서 군용 헬기와의 충돌로 추락한 여객기에는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에서 훈련하던 한국계 청소년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지나 한(13)과 스펜서 레인(16)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스펜서 레인은 사고 당일에도 인스타그램에 피겨 관련 게시물을 올렸을 정도로 피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레인은 이 게시물에서 자신이 참여한 피겨스케이팅 국가개발캠프(NDC)를 언급하며 “이 캠프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항상 목표로 삼아왔던 꿈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와 코치, 캠프 관계자 등을 향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잊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레인은 이 같은 글과 함께 동료들과의 단체 사진, 자신의 훈련 영상 등을 첨부하기도 했다. 훈련 영상에는 레인이 ‘트리플 토 루프’(공중에서 3회전을 한 뒤 착지하는 점프)를 깔끔하게 해내는 모습 등이 담겼다.
NDC는 매년 약 150명의 유망한 청소년 선수를 모아 저명한 피겨 코치 등으로부터 빙판 안팎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미국 CBS 방송은 이를 “미국의 모든 어린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받기를 꿈꾸는 초대장”이라고 설명했다. 레인은 작년 11월 미국 동부 지역의 전국 선수권 예선 대회 ‘인터미디엇’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캠프 참가 자격을 얻었다고 한다.
레인의 인스타그램에서 더욱 눈길을 끈 건 소개란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모습이었다. 레인은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입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인은 2023년 8월에는 태극기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레인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인 13세에 스케이트를 시작했으나,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거론될 정도로 고속 성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의 더그 제그히베 최고경영자는 “스펜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였다”며 “엄청난 재능을 가졌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케이팅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스펜서는 이 스포츠의 정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굉장히 재밌고 영리한 선수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