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당국이 추적하던 친(親)러시아 무장 조직 수장이 모스크바 아파트 폭발 사건으로 사망했다. 러시아는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이라며 배후 세력을 조사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0분쯤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쪽에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 ‘알리예 파루사’ 내 1층 로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발 장치가 터져 2명이 숨지고 건물 경비원 등 3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무장 조직 ‘아르바트’ 지도자 아르멘 사르키샨(46)과 그의 경호원이다. 폭발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키샨은 러시아를 돕는 민간 의용대 중 하나인 아르바트를 창설한 인물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작년 12월 사르키샨을 불법 무장 단체를 조직하고 러시아의 군사 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공식 수배한 바 있다. SBU는 그가 범죄자들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고 러시아의 최전선 부대를 위한 물자 조달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폭발물은 사르키샨이 경호원들과 함께 건물 로비에 들어선 순간 터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은 사르키샨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향하려던 때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매체 RBC는 소식통을 인용해 “폭발물이 사전 준비된 것이 분명하며 원격 조작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도 이번 사건을 ‘계획 암살’로 규정하고 배후 세력을 찾고 있다.
폭발이 발생한 아파트 단지는 크렘린궁과 약 12㎞ 떨어져 있다. 이곳엔 주재원과 외교관 등 한국인들도 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한국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은 공지를 통해 “현재까지 접수된 우리 국민 피해 소식은 없다”며 “폭발 장소 및 인근 지역, 특히 테러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삼가는 등 신변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안내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러시아 주요 인사가 각종 사고로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2월 러시아군에서 화생방 무기를 총괄한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과 그의 보조관 2명이 모스크바 대로변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 달 러시아 점령지 포로 수용소 소장인 세르게이 옙시우코프도 차량 폭발로 숨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앞선 사건들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AFP통신은 “SBU 내부 소식통은 ‘키릴로프를 제거한 건 SBU의 특수 작전’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었다. 또 옙시우코프가 우크라이나 포로들을 대상으로 고문과 학대를 일삼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의 죽음 역시 우크라이나 측이 계획한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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