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유럽연합(EU)에 확실히 관세를 물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이 EU에 관세를 부과할지 묻자 “미국이 3500억달러(약 513조원)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에 전선(戰線)을 유럽으로 확대한 것이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즉각 “EU에 부당하거나 자의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파트너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EU는 강력한 경제권이며 자체 대응 방법이 있다”고 했다. 전날 보복 관세 방침을 밝힌 캐나다는 이날 미국을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방침을 추가로 밝혔다. 멕시코는 “3일 구체적 보복 방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우방국을 상대로 무차별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대상 국가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로 미국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이 타격을 받고 물가가 급등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일 아시아 증시는 관세 전쟁이 가시화되자 동시 급락했다. 코스피는2.52%, 일본 닛케이는 2.66%, 대만지수는 3.53% 하락했다. 달러 가치는 급등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틀 만에 35.9원 오른 1467.2원으로 마감했다.
◇美 관세 폭탄, 미국車가 피해자 될 듯… 트럼프는 “고통 감내해야”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의 자택에서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2일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거쳐 워싱턴DC로 복귀했다. EU에 대한 관세 계획은 이곳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할 때 나왔다. 트럼프는 EU에 대한 관세는 “시간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pretty soon)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에서 무역 적자를 보며 갈취당해 왔다(ripped off)”며 “우리는 수년간 모든 사람을 도와왔지만, 사람들은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에도 미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데이비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EU에 적대적 태도를 드러낸 적이 있다.
트럼프의 무차별적 관세 전쟁이 시작되자, 대상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멕시코와 캐나다에 완성차, 부품 공장을 두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1월~11월 멕시코에서 자동차 870억달러어치와 부품 640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캐나다에선 자동차 340억달러를 수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차량 제조 비용이 뛸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 업체 울프리서치는 2일 이번 멕시코·캐나다 25% 관세로 미국의 신차 가격은 평균 3000달러(약 430만원) 오를 것으로 봤다.
특히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GM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일본의 도요타 등도 멕시코·캐나다에 공장이 있지만, GM의 공장 규모가 훨씬 크다. 뉴욕타임스는 “GM은 지난해 84만2000대 이상을 멕시코에서 생산했는데, 이는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최대”라고 했다.
테슬라도 영향을 받는다. 테슬라 부품 업체인 캐나다 라발 툴은 미국에서 수입한 철강으로 금형을 제조해 다시 미국에 수출한다. 조너선 아조파르디 라발 툴 사장은 “관세 부과로 경쟁력이 악화돼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했다.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 플라비오 볼페 회장은 “관세가 25%인 상황에선 누구도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자동차 산업은 일주일 안에 문을 닫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독일자동차협회는 “고립주의는 모든 국가에서 패배자만 만들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미국의 주택 건설, 가구 제조 업체도 타격을 받는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목조 주택을 많이 짓는데, 소나무와 가문비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대량 수입해 왔다.
식료품 가격도 급등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멕시코에서 농산물을 460억달러 수입했다. 특히 신선 과일을 90억달러어치 들여왔다. 토마토·아보카도·오렌지주스·데킬라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미 소비자브랜드협회(CBA)는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모든 재료와 부품 가격이 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2일 “단기적으로 약간 고통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3일 오전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 통화할 예정”이라면서도 “드라마틱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관세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관세가 시행되더라도 일시적 조치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관세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태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정치 외교 협상용인 측면도 있지만, 금세 철회할 것 같지는 않다”며 “다만 이 전쟁을 장기간 진행하면 미국 경제도 타격이 크기 때문에 트럼프가 어느 선에서는 타협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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