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 있는 이살코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감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엘살바도르가 미국 범죄자와 불법 이민자들을 자국에 수감하기로 했다.

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과 회동 후 기자들에게 “엘살바도르가 우리나라(미국)에 대한 특별한 우정의 행위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례 없고 특별한 이주 협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엘살바도르가 미국에 불법 입국했다가 추방된 자국민을 포함해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중 범죄자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엘살바도르는) 미국에 불법 입국한 엘살바도르 출신 추방자를 포함해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중 범죄자도 국적에 상관없이 감옥에 수감할 것”이라며 엘살바도르와 베네수엘라 출신의 국제 갱단 MS-13, 트렌 데 아라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부켈레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와 합법적인 체류자를 포함해 미국에 구금된 위험한 미국 범죄자들을 자신의 교도소에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며,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현지 시각)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엘살바도르를 방문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회동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루비오 장관의 발표 후 부켈레 대통령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교도소 시스템 일부를 아웃소싱’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 시민을 포함해) 오직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만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수용할 의사기 있다”며 “그 대가로 돈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비교적 적은 금액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상당한 금액이라 전체 교도소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켈레 대통령은 집권 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교도소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갱단을 잡아들였다. 집권 초인 2020년 4월에는 속옷만 입은 수감자 수백 명이 한 공간에 앞뒤로 밀착해 바닥에 앉아 있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양국의 이번 발표를 두고 일각에서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미국 내 최대 라틴계 단체인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의 로만 팔로마레스 의장은 CNN에 “추방당한 비범죄 이민자들을 가축처럼 취급하며 출신 국가와 관계없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기는 것에 반대한다”며 “그들은 인간”이라고 말했다.

에머슨 대학의 미네샤 겔만 교수는 “권위주의적이고 포퓰리스트인 양국 우파 정상들이 거래를 모색하며 내놓은 기묘하고 전례 없는 제안”이라며 “어떤 법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으며 이민자의 권리와 관련된 여러 국제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엘살바도르의 좌파 계열 정당 파라분도 마르티해방전선(FMLN)의 마누엘 플로레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뒷마당? 앞마당?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