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난자 농장'에서 탈출한 태국 여성 세 명이 파베나 재단 대표인 파베나 홍사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페이스북

합법적인 대리모를 찾고 있다는 구인 공고에 속아 조지아에 갔다가 중국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이른바 ‘난자(human egg) 농장’에 갇혀 난자를 적출당한 일부 태국 여성들이 구출됐다. 여전히 이곳에는 100명에 가까운 여성이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 시각) 방콕포스트, 더네이션 등에 따르면 태국 아동 및 여성을 위한 파베나 재단 측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 100명 이상의 태국 여성이 중국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조지아 불법 인신매매 농장에 억류돼 난자를 적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단 대표인 파베나 홍사쿨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페이스북에 뜬 구인 공고를 보고 조지아를 방문했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를 위한 대리모가 되면 40만바트(약 1700만원)~60만바트(약 2500만원)를 지불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여권 신청과 여행에 필요한 경비 등은 모두 고용주 측에서 부담하며 조지아에서는 대리모가 합법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8월 이 공고를 본 약 10명의 여성이 조지아로 출국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조지아에 도착해 마주한 상황은 공고와 달랐다.

관계자는 피해자들을 숙소로 데려간 뒤 이들의 여권을 압수했다. 그곳에는 네 채의 집이 있었으며 이미 최소 100명이 넘는 태국 여성들이 지내고 있었다. 이들 중 대리모나 대리모를 의뢰한 난임 부부는 없었다. 중국인 남성들만 숙소에 드나들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여성들은 난소를 자극하는 호르몬을 약물과 주사 등으로 투여받은 뒤 한달에 한 번 마취 상태로 난자를 채취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는 대가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채취된 난자는 시험관 수정이 필요한 이들에게 불법으로 판매된 것으로 파베나 측은 추정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갇혀 지내던 조지아 '난자 농장' 숙소 모습./페이스북

피해자들은 마음대로 이곳을 떠날 수도 없었다. 조직 관계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들에게 5만~7만바트(약 200만~300만원)를 요구했다. 그간의 여행비와 생활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명목이었다.

피해자 A씨는 지난해 9월 가족이 그의 몸값을 지불해주면서 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A씨는 조지아를 떠나기 전 몸값을 지불할 돈이 없어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세 여성의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파베나 측은 태국 외무부 소속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태국 경찰은 인터폴을 통해 세 여성을 구출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무사히 태국에 돌아왔다.

파베나는 태국 정부에 긴급 호소문을 보내 중국 측과의 협력을 통해 여전히 조지아에 갇힌 여성 100명을 구출하고 중국 범죄 조직을 단속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