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미국 곳곳에서 ‘계란 절도’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동부 펜실베이니아에서는 10만개가 한꺼번에 도난당하는 일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펜실베이니아주 한 식료품 업체의 운송 트레일러에서 도난당한 계란은 약 4만달러(약 5800만원)어치다. 사건 발생 후 보름 가까이 지났지만 경찰은 범행 수법이나 범인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경찰은 “이 정도 규모의 계란 도난 사건은 처음”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시애틀의 한 레스토랑에서도 계란 540개가 사라져 경찰이 범인을 추적 중이다. 현지 경찰이 확보한 CCTV 화면에는 두냉동 창고에서 계란을 비롯해 블루베리, 베이컨, 다진 고기, 액상 계란 등 아침 식사용 식료품을 승합차로 옮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현지 수사 당국은 계란이 도난 범죄의 목표로 급부상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사기관은 이번 범행이 조류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최근 고공 행진하는 계란 가격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전역에 퍼졌던 조류 인플루엔자(H5N1)가 최근 다시 유행하면서 닭 개체 수와 계란 공급량이 줄고 계란 값이 크게 올랐다.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로 1300만 마리 이상의 산란계가 조류 인플루엔자로 폐사하거나 살처분됐다. 소비자물가지수에 집계된 지난해 12월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36% 이상 올랐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15달러였던 계란 12개 평균 가격은 현재 약 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란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계란 파동’으로 일부 식료품점에서는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고객들이 계란 매대로 달려가고, 가게에서는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저렴한 아침 식사를 판매하는 식당 체인 와플하우스는 계란이 들어가는 모든 메뉴에 50센트를 추가로 받는다고 발표했다.
계란 가격은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면서 전 정권을 비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계란 가격에 대한 질문이 브리핑에서 나오자 “바이든 행정부와 농무부가 1억마리 이상의 닭을 대량으로 도살하도록 지시해서 닭 공급이 부족해졌고, 계란 공급도 부족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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