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 협상을 놓고 유럽에서 ‘패싱’에 대한 우려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향후 몇 주간 러시아와 협상을 거쳐 적절한 때에 모두를 모을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이달 말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미국과 함께 단일 대오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이 협상에서 배제될 것이란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무자비한 힘자랑에 서방 국가들이 불안과 혼란, 절망에 빠진 상태”라고 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유럽의 불만에 대해 “그들은 협상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분명히 참여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또 종전 협상 이후 유럽의 안보에 대해 “장기적인 군사 안보 보장 측면에서 유럽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며 “트럼프가 푸틴과 직접 대화를 시작했고, 앞으로 몇 주 동안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적절한 시기에 모두를 한자리에 모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 국가들은 미·러 직접 대화를 통한 종전이 푸틴의 일방적인 침공에 면죄부를 주고, 전후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흔들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다른 역대 미국 지도자들과 달리 트럼프는 푸틴에 대해 “나는 그를 좋아한다”며 개인적인 호감을 드러낸 바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푸틴이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평화에 관심을 보였다”면서도 “물론 그 다음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진정으로 전쟁 종식을 원하는지는) 몇 주, 며칠 안에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미·러는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위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루비오는 “트럼프보다 미국 정치에서 더 나은 협상가는 없다”며 “그들이 하는 말이 진짜인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인지 금방 알아낼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서유럽은 지난 80년 동안 주요 전장(戰場)에서 같이 피를 흘린 ‘가치 동맹’이지만,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변곡점에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유럽의 민주주의를 꾸짖고 강경 보수 세력을 품은 J D 밴스 부통령의 연설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관계의 전환점” “서구 가치 공동체가 종말을 맞이했다”(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나토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는 것도 관계에 폭탄이 될 만한 요소다. 왈츠는 이날도 “나토 회원국 중 3분의 1이 여전히 (안보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겠다”며 “10년 전에 약속한 최소한의 기여도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미국인이 그들의 기여 수준에 의문을 품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