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발언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이 18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고 미·러 정부가 17일 발표했다. 침략 피해국이자 미국·유럽 등 자유주의 진영이 지원해 온 우크라이나 참석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종전 협상을 밀어붙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머잖아 열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16일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과의 회담) 시간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곧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마코 루비오(앞줄 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외무부 청사를 찾아 파이살 빈 파르한 외무장관과 나란히 걷고 있다. /UPI 연합뉴스

트럼프는 러시아와 먼저 대화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의 영토 지배 야욕이 멈추지 않을 경우 안보 위협에 직면할 유럽 국가들이 협상에서 배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부터 중동 방문에 나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첫 방문국 아랍에미리트에 도착한 뒤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는 초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러가 주도하는 종전 협상 구도가 현실화할 경우 전쟁에서 침략당한 힘없는 나라가 종전·휴전 협상에서 배제되는 ‘힘의 논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이철원

◇젤렌스키 “푸틴 믿으면 안 돼”… 유럽, 패싱론에 긴급회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특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로 출발했다. 양측의 외교 사령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이 사우디의 미·러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푸틴 및 젤렌스키와 연쇄 통화한 후 종전 협상 착수를 발표했다. 당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점령) 영토 완전 수복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실용적이지 않다”며 러시아의 주장과 일치하는 종전 구상을 밝혀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샀다.

트럼프와 푸틴 간 양자 회담의 구체적 윤곽은 이번 미·러 고위급 회담의 결과에 따라 드러날 전망이다. 트럼프와 푸틴이 마지막으로 회담한 것은 트럼프의 대통령 1기(2017~2021년)였던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20국) 정상 회의였다. 트럼프가 자체적으로 잠정적인 ‘목표 시한’을 정해두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블룸버그는 이날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과도한 야심에서 비롯된 비현실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트럼프는 부활절인 4월 20일 전에 휴전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과 걷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벌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이 18일 사우디에서 시작된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고위급 회담 개최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우크라이나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젤렌스키는 16일 미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포함해 그 누구도 푸틴을 믿어선 안 된다. 트럼프에게 러시아가 아닌, 우리가 더 중요해지길 바란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종전 협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젤렌스키는 전날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도 “(종전 협상과 관련한) 어떤 서류나 초청장도 받지 못했다. 정말 낯선 상황이고, 러시아는 (종전 협상의) 전략적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앞서 지난 12일 트럼프가 푸틴과 통화한 후에야 자신에게 이를 알리자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종전 협정은 불가능하다. 푸틴과 먼저 통화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푸틴과 조만간 회담한다고 기자들에게 밝히면서 젤렌스키도 “관여할(involved) 것”이라고 했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유주의 진영에 대한 권위주의 국가의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유럽 국가들 또한 미·러가 주도하는 종전 협상에서 ‘패싱(제외)’당할 조짐에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영국·독일·폴란드·이탈리아 정상들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정상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BBC가 16일 보도했다.

유럽 정상 회의에선 종전 협상 과정에서 유럽을 배제하려는 트럼프에 대한 대응,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다국적군 파병안을 포함한 전후(戰後)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주 유럽 동맹국에 외교 문서를 보내 우크라이나 안보에 기여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평화유지군의 창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일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는 유럽과 영국의 안보와 직결된다.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나토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는 전후 안전보장을 위해 20만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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