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당 연립정부 출범 당시 독일 녹색당 아날레나 베어복·로베르트 하벡 공동대표,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 대표.(왼쪽부터) /AP 연합뉴스

독일 총선에서 기민·기사 연합이 1당에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면서 차기 연립 정부(연정)에 어떤 정당들이 참여할지도 주목받고 있다. 서독 시절을 포함해 전후 독일 정치사에서 연정 없이 단일 세력이 집권한 적은 1년 3개월(1960년 7월~1961년 10월, 기민·기사 연합)에 불과할 정도로 독일은 1당을 중심으로 복수 정당이 연정을 꾸리는 형태가 일반화돼 있다.

그래픽=양인성

각 정당은 뚜렷한 상징색이 있어 연정 형태에 따라 다양한 별칭으로 불려왔다.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결성한 직전 정부는 세 당의 색깔(빨강·초록·노랑)이 신호등 색깔과 같다고 해서 ‘신호등 연정’으로 불렸다. 그러나 환경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녹색당과 친기업과 시장경제를 강력하게 주창하는 자민당의 노선 차이 때문에 출범 초기부터 연정의 영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결국 예산안을 짜는 과정에서 녹색당과 자민당이 갈등했고, 자민당 소속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 장관이 물러나면서 신호등 연정이 무너졌다.

이번 선거에서 원내 1당이 유력한 기민·기사 연합의 상징색이 검정이라는 점에서 ‘독일 연정’과 ‘케냐 연정’의 성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 연정’은 독일 국기 색(검정·빨강·노랑)에 맞춰 양대 정당인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이 대연정을 이루고 소수인 자민당도 가세하는 형태다. 대연정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 등 과거에도 구성된 적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에 사민당은 총리를 내지 않고 일부 장관을 참여시키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케냐 국기 색깔(검정·빨강·초록)과 같다는 데서 이름이 붙은 ‘케냐 연정’은 기민·기사와 사민당의 조합에 녹색당이 참여하는 형태다. 하지만 진보 성향이 강한 녹색당이 연정을 주도하는 기민·기사 연합과 정치 성향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민·기사 연합이 사민당을 배제하고 지난 신호등 연정에 참여했던 녹색당·자민당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연정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이는 자메이카 국기색(검정·초록·노랑)과 같아 ‘자메이카 연정’이라고 불린다.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길게는 수개월 동안 정당 간 연정 구성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정당들이 파랑을 상징색으로 하는 극우 성향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의 연정 가능성에 일찌감치 선을 그은 만큼 파란색이 들어가는 새로운 연정 이름이 등장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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