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로이터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가 연방 정부 직원들에게 업무 성과 보고를 요구하자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가정보국(DNI), 국방부 등 주요 정부 기관이 이에 반발해 직원들에게 응답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캐시 파텔 FBI 국장과 털시 개버드 DNI 국장은 직원들에게 머스크의 요구에 대응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하달했다. 머스크는 지난 22일 연방 직원들에게 일주일간의 업무 성과를 요약해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대통령 지침에 따라 모든 연방 정부 직원들은 곧 이메일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연방 직원들이) 지난주에 했던 일을 이해하기 위해 요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신하지 않을 경우 사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인사관리국(OPM)은 연방 직원들에게 업무 성과 목록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지난주에 한 일을 5개로 요약 정리해서 24일 자정까지 답변하라는 지시였다.

이에 FBI와 DNI는 업무의 기밀성을 이유로 직원들의 응답을 금지했다. 개버드 DNI 국장은 직원들에게 내부 메시지를 통해 “업무의 민감성과 기밀 수준을 고려할 때 직원들은 OPM 메일에 답변해선 안 된다”고 했다. 파텔 FBI 국장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FBI는 국장실을 통해 내부 검토를 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답변을 보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법무부와 FBI 관계자들은 형사 수사, 법적 비밀, 대배심 자료 등 업무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요구에 우려를 표명했다.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등 다른 정부기관들도 직원들에게 응답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 측은 직원들에게 “국방부는 자체 절차에 따라 직원 실적을 검토할 것”이라며 “모든 답변을 일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최대 연방 직원 노조인 정부직원연합(AFGE) 측은 OPM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조치는 명백히 불법”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일론 머스크가 OPM의 행동을 지시하도록 허용한 것은 연방 직원들을 경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마이크 로울러 하원의원은 “머스크의 지시가 실현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공무원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일에 대해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24일 X를 통해 “이는 매우 기본적인 맥박 검사에 불과하다”며 “존재하지 않거나 사망한 사람들이 연방 인력으로 등록돼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머스크의 이번 조치에 대해 “천재적”이라고 치켜세우며 머스크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정부에) 출근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정부를 위해 일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라면서 “‘지난주에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은 실제로 일을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만약 답변하지 않는다면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메일에) 답변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거나, 일하지 않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수천억달러의 사기를 발견했으며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OPM은 24일 기존 방침에서 한발 물러났다. OPM은 “오늘 회의에서 각 기관에 OPM에 이메일을 답신하는 것은 자발적인 것이라고 통지했다”라면서 “이메일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 사직과 동일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고 더힐 등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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