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앉아 있다./더미러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무례하게 대우했다”고 영국 매체 더 미러가 전했다.

이날 더 미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과의 굴욕적인 회동에서 유럽 리더십에 대한 큰 경멸을 드러냈다”며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백악관 도착 때부터 제대로 된 의전을 받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태운 차가 백악관 입구에 도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백악관 의전 책임자 모니카 크롤리가 마크롱 대통령을 맞이했고, 이 모습은 영상에도 고스란히 남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외부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눴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을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기는 특유의 ‘줄다리기 악수’로 마크롱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이런 악수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려는 행동으로 해석돼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백악관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곧 두 사람은 백악관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과 화상 통화를 했는데, 이때도 ‘굴욕적인’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무실 책상 정가운데 앉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편에 앉아 있다. 책상의 가장자리다. 반대편에는 JD밴스 미국 부통령이 책상 옆쪽에 앉아 있다.

겨우 몸 반쪽만 책상 쪽에 걸쳐둔 마크롱 대통령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팔꿈치를 책상에 대기도 했지만 움직일 공간이 거의 없어 불편해 보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이 굴욕적인 사건은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 뒤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대략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나는 그(트럼프)에게 ‘푸틴 앞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것은 당신답지 않고 당신이 잘하는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당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들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각)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포옹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유럽 정상 가운데 백악관을 처음으로 찾았다.

이날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3년째 되는 날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럽의 국방비 지출 확대 필요성과 함께 전후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한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 구상 등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평화유지군 파병 계획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조기 종전을 강조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재침공을 억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조치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면서 입장 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