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 공항 착륙 과정에서 여객기가 전복되는 사고를 낸 미국 델타항공을 상대로 탑승객들이 연이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3만 달러(약 4300만원)의 배상금을 제시했지만, 승객들은 그보다 7배가량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는 “미국에서는 회사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엄청난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 1등석에 타고 있던 마르티누스 로렌스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조지아 연방법원에 델타항공을 상대로 소장을 제출했다. 이튿날 또 다른 승객도 별도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7일 승객 76명을 싣고 출발한 델타항공 자회사 엔데버에어 소속 여객기가 토론토공항 활주로에 내리다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체에 불이 붙으면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지만 신속하게 화재 진압과 대피가 이뤄지면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아 ‘기적’으로 불렸다.
델타항공은 피해 승객들에게 3만 달러의 배상금을 제시했지만, 소송을 건 이들은 최소 20만 달러(약 2억9000만원)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렌스는 “거꾸로 매달린 상태로 연료에 젖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뿐 아니라 머리, 목, 등, 무릎, 얼굴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또, 승무원이 공항 착륙 전 기본적인 절차를 준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CBS는 항공기 사고 보상 국제 조약인 몬트리올 협약으로 인해 더 많은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약에 따르면, 국제선 항공편에서 부상을 입은 승객은 최대 20만 달러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항공사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더 많은 보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한 승객, 1671억원 배상받아
실제로, 미국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남성의 가족에게 1억1600만 달러(약 1671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2018년 관광용 헬리콥터가 강에 추락해 탑승객 5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작년 9월 뉴욕주 지방법원은 사망자 한 명의 가족에게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헬리콥터에 설치된 안전벨트가 풀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어 승객이 탈출하지 못했다며 헬리콥터 제작사의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통상 미국에서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경우 소송을 제기하면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다고 한다. 사망자의 직업, 나이에 따라 그가 살아있었을 경우 벌었을 수익이 높게 측정되면 그 배상액은 더 높아진다.
◇보잉사 비행기 몬 제주항공 참사, 미국서 소송한다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역시 미국에서 보잉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면 국내에 비해 최소 10배의 배상액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항공전문로펌 ‘크라인들러’와 공동으로 미국 소송을 진행하는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예비보고서에 따르면 가창오리들이 엔진으로 빨려들어가고 4분 7초 뒤 항공기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져 전기가 공급되지 않게 됐다”며 “미국 항공기인증기준에 따르면, 가창오리와 같은 소형 조류 16마리를 동시에 흡입하더라도 엔진이 갑작스럽게 고장 나지 않아야 하며 최소 20분 동안은 추진력을 계속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항공 참사는 기준을 15분여나 미달하는 위반을 저지른 사건”이라고 했다.
하 변호사는 “미국 소송을 제기해 디스커버리 제도(증거 개시 제도)를 활용한다면 엔진 결함 관련 증거들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며 “보잉을 상대로 엔진 설계 문서와 테스트 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제공받고, 보잉 임직원들을 불러 재판 전 신문도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고 항공기의 엔진 결함을 밝힐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면 한국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미국 소송의 승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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