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공표한 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북미 3국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의 대미(對美)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4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5% 관세와 관련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no room left)”면서 “모든 준비는 끝났고 내일 발효된다”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기존 관세의 세율을 추가로 10%포인트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3개국은 모두 즉각 반발해 대응에 나서며 ‘관세 전쟁’이 벌어졌다. 다만 관세 부과를 하루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는 한 달 동안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N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오후 결정을 하고 내일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멕시코와 캐나다는) 국경에서 잘해왔지만 펜타닐 문제에 대해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캐나다·멕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3국 간 관세가 지금은 ‘0%’에 가깝다.
이날 오후 트럼프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대응책을 준비해 오던 멕시코와 캐나다는 급한 상황에 놓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정부는 미국 정부와 소통하고 있고 내가 트럼프와 대화를 나눌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것(관세 부과)은 미국 대통령에게 달린 결정”이라면서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에 대한 계획이 있고 멕시코는 단결해 있다”고 했다. 지난주 멕시코는 1985년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살해 사건에 연루된 인물 등 멕시코 주요 마약 카르텔 인사 29명을 미국으로 송환하며 미국 측에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 상황이다.
캐나다도 긴장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조너선 윌킨슨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은 이날 미 CNBC 방송에 미국이 관세 부과를 실행할 경우 “미국 기업이 캐나다에 대량으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검토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캐나다는 300억 달러(약 23조6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 부과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이날 각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적용하는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를 다음달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1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상호 관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라고 올리며 상호 관세 부과 발표를 예고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이날 결정하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4일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는데 여기에 10%를 더해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이다. 백악관은 “펜타닐은 현재 18~45세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이며 그 원료는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라면서 “중국 공산당은 펜타닐을 제조하고 수출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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