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 파리 엘리제 대통령궁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5일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점점 더 위험해지는 세계에서 프랑스는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며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와 유럽 안보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또 “유럽의 미래가 워싱턴이나 모스크바에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며 유럽의 독자적 방위력을 증강하는데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그 동맹국이 주도해 온 기존의 국제 안보 및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사태 속에 프랑스와 유럽이 새 안보 질서 모색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위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음 주 중 파리에서 관련 국가들의 군최고지휘관(참모총장) 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6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의 군비 지출 확대와 이를 위한 공동 금융 지원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군비 증강을 위한) 증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현재 국제 정세가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프랑스와 유럽의 번영과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이상 지속되며 사상자가 100만 명에 달하고 있고, 미국의 지원이 감소하는 가운데 유럽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은 특히 “러시아의 침략은 단순히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 병력을 동원하고, 이란의 군사 장비를 사용하며, 루마니아와 몰도바 등 유럽 각국에서 선거 개입, 사이버 공격, 여론 조작 등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는 2030년까지 군사력을 더욱 증강할 계획”이라며 “(침략이) 단순히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이 방위 역량을 적극 강화해야 한다”며 “프랑스와 유럽이 단결하여 공동의 방위 전략을 세우고 미래 세대를 위해 평화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계속하고 안보와 평화 유지를 위한 유럽 군대를 배치하는 한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및 미국과 협력을 지속하면서도 유럽의 독립적 방위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핵무기를 통한 전쟁 억지력을 통해 국가 안보를 지켜왔다”고 했다. 이어서 “프랑스가 보유한 핵 억지력에 대한 논의를 유럽 차원에서 확대할 의사가 있고 이를 통해 유럽의 안보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유럽 각 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미국의 핵우산 없이 유럽이 스스로 방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영국, 프랑스와 함께 핵 공유, 또는 최소한 두 나라의 핵 방위가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유럽을 위한 프랑스의 핵우산론을 주장해 왔다.

마크롱은 “유럽의 경제적 자립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며 미국과 무역마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부과한 것처럼 유럽 제품에 대해서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프랑스와 유럽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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