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7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연방 정부 구조조정에 앞장서고 있는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외교 사령탑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주재 백악관 내각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말싸움을 벌이며 충돌했다. 두 실세의 충돌에 트럼프는 루비오를 편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 트럼프 주재로 약 20명의 각료가 참석한 임시 내각 회의에서 머스크와 루비오가 말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캐비닛 룸’의 한가운데 마호가니 탁상을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시작은 머스크였다. 머스크는 루비오에게 “아무런 ‘해고 실적’이 없다”며 “아마도 유일한 사람은 DOGE에서 파견 나간 직원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연방 정부 인원 대규모 감축에서 국무부의 실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이다.

26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정부 각료회에서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장관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루비오는 “국무부의 1500명 이상의 조기 퇴직자는 해고가 아니냐”고 바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를 비꼬듯 “그 사람(조기 퇴직자)들을 다시 고용해, 또다시 ‘해고 쇼’를 하려는 게 당신 생각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루비오가 “TV에는 잘 나온다”고 맞받았다. 특별히 하는 일은 없으면서 TV에만 자주 나온다고 비꼰 것이다.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의 언쟁을 지켜보던 트럼프가 결국 나섰다. “루비오가 할 일이 많고, 잘하고 있으며 출장 다닐 일도, TV에 출연해야 할 일도 많다”며 루비오 편을 든 것이다.

회의 직후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각 부서의 장관들이 해당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파악하고 이해하게 되면, 누가 남고 누가 떠나야 할지를 매우 정밀하게 결정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도끼보다 메스를 사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는 앞으로 머스크의 역할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NYT는 이날 회의는 트럼프가 머스크에게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첫 번째 징후가 분명히 나타난 전환점이라고 전했다. 머스크의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조치에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해고 취소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 정부 수장들은 머스크의 폭주에 대해 트럼프에게 직접 불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관들은 정부의 낭비를 줄이자는 머스크의 취지는 동의하지만 조율되지 않고 정부를 뒤집으려는 ‘전동톱식 접근 방식’에 분노와 좌절을 나타내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날 회의에서 머스크가 루비오뿐 아니라 다수의 내각 구성원과 인원 감축과 관련해 논쟁을 펼쳤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 2월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 나란히 앉아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회의가 하루 전 저녁에 갑자기 잡힌 것도 내각 사이에서 머스크의 무차별적 해고 요구 때문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는 점을 트럼프가 염두에 뒀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제부터 장관들이 책임을 지고 하되, 머스크팀은 조언만 할 것”이라며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머스크의 임무를 지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접근 방식은 조금 더 세련되게 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나는 유능한 사람들이 대량 해고되는 상황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내각 구성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인력을 유지하도록 하겠다. 필요한 인력은 전부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가 머스크의 초토화 방식을 분명히 언급하는 것”이라며, 향후 정부에서 머스크의 역할이 지금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C) 테슬라 CEO가 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상원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의를 위해 미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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