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디지털 자산 서밋. 왼쪽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EPA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가상 화폐의 한 종류인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7일 “미 달러가 앞으로도 세계에서 지배적인 기축통화가 되도록 하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무엇이고 가상 화폐가 기축통화와 무슨 관계일까. 궁금증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Q1. 스테이블 코인이 뭔가

스테이블 코인이란 ‘안정적이다’란 뜻의 영어 단어 스테이블(stable)과 가상 화폐를 뜻하는 코인(coin)을 합친 말이다. ‘미국 달러’처럼, 특정 국가의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다른 가상 화폐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무역 대금 결제, 국제 송금 등을 하기에 유용하다고 평가받는다. 가상 화폐 정보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의 시가총액은 10일 오후 3시(한국 시각) 기준 1428억달러(약 207조원)로 비트코인(1조6333억달러), 이더리움(2491억달러)에 이어 셋째로 크다. 유로나 금(金) 가격에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도 있지만, 대부분이 미 달러 기반으로 설계됐다.

◇Q2. 달러 기축통화와 무슨 상관인가

스테이블 코인이 가치를 유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코인의 물량에 맞춰 진짜 ‘돈’을 비축하는 것이다. 예컨대 100달러어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때 100달러를 준비금 형식으로 금고나 계좌에 넣어둔다면 투자자 사이에 언제든 코인을 달러로 바꿀 수 있다는 신뢰가 생겨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거래량이 많고 부도 위험이 사실상 없어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달러와 동급으로 평가받는 미 국채를 사서 현금 대신 보유하는 방법도 있다. 스테이블 코인 규모가 커지면 비축해야 하는 미 달러와 국채의 수요가 덩달아 늘게 된다. 국제적인 결제와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를 뜻하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더 공고하게 다질 수 있다는 뜻이다.

◇Q3. 왜 하필 지금 이런 조치를 하나

미·중 패권 전쟁과 관련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 국채를 대거 사들인 ‘큰손’이었다. 그런데 미·중 갈등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중국은 미 국채를 수년 전부터 대거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2021년 말 1조403억달러였던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말 7590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미국은 재정 적자가 심해 계속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중국이 외면하는 국채를 누군가 사주지 않으면 수요가 줄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국채 금리 상승)하게 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미 정부가 내야 하는 이자 부담이 불어나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스테이블 코인을 띄워 미 국채를 흡수하도록 유도하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테더’ 발행사가 준비금으로 보유한 미 국채는 지난해 말 기준 1130억달러로, 2022~2024년 사이 줄어든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1081억달러 감소)을 넘어선다. 스테이블 코인이 중국을 대체할 제2의 ‘큰손’이 될 잠재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으로 미 국채를 쓰도록 법제화까지 추진 중이다. 지난달 공화당 빌 해거티 상원 의원이 발의한 ‘스테이블 코인 법안’은 달러 기반 코인 발행사가 현금·예금과 함께 ‘만기 93일 이하 미 국채’를 보유해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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