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등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도파민 작용제를 복용한 일부 여성 사이에서 심각한 성적 충동을 느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RLS) 치료를 위해 도파민 작용제 ‘로피니롤’을 투여받은 여성 20명이 성 중독 및 강박적인 도박 증세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 약은 운동 기능을 개선하고 파킨슨병에 의한 중증 운동 기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약물과 비정상적인 성적 행동 사이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치료제를 복용한 남성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이 약물을 복용한 뒤 성적 충동을 느꼈다고 주장한 여성 중 일부는 약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중 RLS 증상을 느껴 출산 후 로피니롤을 처방받아 복용한 또 다른 여성은 약 1년쯤 지난 뒤 전례 없는 성적 충동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이른 아침부터 투명한 상의를 입은 채 집을 나섰다. 그렇게 거리에서 마주치는 모든 남성에게 가슴을 드러내며 성적 욕구를 해결했다. 남편이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점점 더 대담하게 욕구를 분출했다고 한다.
그는 이 같은 성적 충동이 약물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데까지 몇 년이 걸렸다며 약물 복용을 중단하자마자 성적 충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그간 해왔던 성적인 행동들에 대해 큰 수치심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RLS 치료제 복용 전까지 성욕을 느끼지 못했던 50대 여성도 약물 복용 뒤 심각한 성적 충동을 느꼈다.
그는 “이전에는 브래드 피트가 알몸으로 방에 들어와도 전혀 관심이 없었을 사람이었지만 성적 욕구가 점점 심해졌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중고 속옷과 성행위 영상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성적 욕구는 도박이나 쇼핑을 하고 싶다는 충동으로 이어져 15만 파운드(약 2억8000만원)가 넘는 빚이 생겼다.
건강 및 사회 복지에 대한 지침을 발행하는 영국 내 기관인 NICE에 따르면 도파민 작용제 약물에 대한 환자용 안내문에는 도박, 성욕 증가 등의 충동적인 행동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오래전부터 기재돼 있다. 약을 복용하는 RLS 환자의 6~17%가 이 같은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도파민 작용제는 신체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뇌 내 자연적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작용을 모방한다. 즐거움을 느끼거나 무언가 보상을 받을 때 활성화되기에 ‘행복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파민 작용제가 이러한 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해 충동적인 행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GSK는 BBC를 통해 로피니롤은 약 1700만 건의 치료를 위해 처방됐으며 광범위한 임상 시험도 거쳤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약물은 효과가 입증됐으며 “안전성 프로파일도 잘 정립돼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