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앞서 미국·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간의 휴전안에 대해 13일 “원칙적으로 지지하나 추가 논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추가 논의할 문제’로는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 일부를 점령한 우크라이나군이 언급됐다. 이곳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전엔 휴전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휴전 후 평화 협상을 통해 쿠르스크 내 점령지와 러시아가 점령한 자국 영토를 맞교환하려 할 것으로 관측돼 왔다. 러시아군은 이런 상황을 피하려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군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최근엔 이 지역의 요충지 수드자까지 탈환했다고 전해졌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 과정에서 ‘인해전술’을 펼쳐 대규모 사상자를 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푸틴은 이날 크렘린궁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관심을 가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미국의) 휴전안 자체는 절대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추가적으로 논의해야 할 심각한 문제들이 있고, 이를 미국과 이야기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로 직접 통화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일부 점령한 쿠르스크를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 지역의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30일간의 휴전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유리한 제안”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휴전 기간에 쿠르스크의 병력을 보강하고 계속 전투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쿠르스크 완전 탈환까지 휴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내쫓으려 북한군을 앞세워 강력한 공세를 펼쳐왔다. 특히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끊긴 사이 ‘승부’를 걸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3일 “최근 2주일 새 북한군이 물밀듯 공격해 왔다”며 “수(數)에 압도된 우크라이나군이 국경 쪽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 최소 수백 명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우크라이나군이 새 전술과 신무기(광섬유 드론)로 무장한 북한·러시아 연합군에 쫓겨나고 있다”며 “쿠르스크를 협상 카드로 삼으려던 우크라이나의 ‘도박’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12일 천연가스관을 통해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깜짝 작전’으로 요충지 수드자를 수복했다는 주장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러나 “작전상 후퇴 중”이라며 “쿠르스크에서 완전히 밀려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2000㎞에 걸친 전선 전체에서 휴전 협정 위반을 누가 감독하느냐는 심각한 문제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지상전 상황을 고려해 분쟁 종식을 위한 다음 조치를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대해 “휴전을 가능한 한 오래 지연시키겠다는 의미”라며 “휴전을 거부하기 위한 교묘하고, 예측 가능했던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푸틴은 이날 저녁 스티브 위트코프 미 백악관 중동 특사를 비공개로 만나 구체적 요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도 “현재의 휴전안은 러시아에 아무 이익도 안 되므로 수정돼야 한다고 미국에 전했다”고 밝혔다. 결국 공은 다시 트럼프에게 넘어간 형국이 됐다. 그는 푸틴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희망적이지만 완전하지는 않다”며 “푸틴과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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