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휴전안’을 들고 러시아를 찾은 스티브 위트코프 미 백악관 중동 특사를 8시간 동안 기다리게 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14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푸틴 대통령에게 휴전안을 제안하기 위해 지난 13일 낮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이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일정이 늦어졌고, 결국 늦은 밤이 돼서야 크렘린 궁으로 가 접견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의 비공개 회담은 다음 날 새벽 1시 30분에 끝났다. 위트코프는 회담을 마치고 30분 뒤 브누코바 공항으로 향했다. 매체는 “위트코프 특사가 이날 모스크바에 체류한 시간은 12시간인데 이 중 최소 8시간은 푸틴을 기다렸다”고 했다.

이를 두고 루카셴코 대통령과 위트코프 특사의 일정이 겹친 건 우연이 아닌 푸틴의 의도된 ‘파워 플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트코프 특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와 합의한 뒤, 이 합의안을 갖고 13일쯤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일정은 이미 이번 주에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날인 12일 갑자기 알렸다는 것이다.

도널드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스티브 위트코프 미 백악관 중동 특사./ AP연합뉴스

위트코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40년지기이자 복심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동산 법인 변호사 출신으로 외교 경험이 없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 특사로 임명되며 최근 외교 현안에서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합의를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스카이 뉴스는 “푸틴은 궁지에 몰려 지시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며 “‘내가 우위에 있고 일정은 내가 정한다.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걸 미국에 보여주려는 뜻”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과 회담할 때 상대방을 장시간 기다리게 하는 ‘지각 대장’으로 유명하다.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과시하고 회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계산된 행동으로 해석된다. ‘푸틴 타임’(Putin time)이라는 용어도 나올 정도다. 이런 행동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작년 푸틴 대통령은 24년 만의 방북에서도 예정보다 훨씬 늦은 시각인 새벽 오전 2시에 평양에 도착해 김정은을 기다리게 한 바 있다.

한편 푸틴은 30일 휴전안에 대해 “휴전 자체는 옳고 우리는 이를 확실히 지지한다”면서도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목숨을 살려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에 “러시아군이 거의 탈환한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항복하면 생명을 보장하겠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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