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의 대가이자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지난해 세상을 뜬 대니얼 카너먼 전 프린스턴대 교수가 병사나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조력 사망(존엄사)했다고 뒤늦게 확인됐다. 제이슨 츠바이크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3월 27일 향년 90세로 사망한 카너먼이 스위스의 한 조력 사망 지원 시설에서 숨을 거뒀다는 사실을 14일 공개했다. 사망 당시엔 구체적인 사유와 병명이 공개되지 않았다. 츠바이크는 WSJ 글에 ‘세계 최고 결정 전문가의 마지막 결정’이란 제목을 붙였다. 스위스는 미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 금지하는 존엄사를 허락하는 드문 나라다.
츠바이크는 고인이 생을 마감하는 여정에 몇몇 친구와 가족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선택을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인들이 그의 ‘마지막 결정’을 만류했지만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츠바이크는 평소 카너먼이 “나는 매몰 비용(이미 발생해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없소”라는 말을 즐겨 했다고 썼는데, 이는 언제든 미련 없이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90세가 되던 지난해 3월 무렵 그는 심각한 질병이나 인지 저하, 우울증 징후 없이 여러 연구 논문을 작성하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사망 하루 전 고인이 가족에게 남긴 이메일 작별 인사의 일부도 공개됐다. 카너먼은 “나는 10대 시절부터 인생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치를 고통과 수모는 불필요하다고 믿어왔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적었다. 츠바이크는 “대니얼은 무엇보다도 긴 쇠락(decline)을 피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맞이하기를 원했던 듯하다”고 말했다. 카너먼의 배우자가 수년 동안 혈관성 치매를 앓다가 뇌졸중으로 2018년 세상을 뜨기까지 큰 고통을 겪었다는 사실도 그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지 모른다고 츠바이크는 적었다.
이스라엘 출신의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카너먼은 두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인간의 비합리성과 의사 결정을 파고들었다. 학술적 연구를 대중적으로 풀어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카너먼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결정한다고 가정하는 기존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도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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