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엘 캐피탄에서 15일 열린 영화 백설공주 시사회에 주연을 맡은 레이철 제글러가 참석했다. /EPA 연합뉴스

라틴계 배우가 주연을 맡은 디즈니의 ‘백설공주’(Snow White) 실사 영화가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디즈니의 올해 주요 신작 영화지만, 캐스팅 단계부터 영화를 두고 끊이지 않았던 논란을 의식한 듯 주연 배우들의 레드카펫 인터뷰도 생략한 채 조용히 진행됐다.

AFP통신은 15일 “디즈니 실사화 리메이크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안전한 흥행 카드로 여겨지지만, 그중 가장 오래된 클래식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는 여러 논란 속 할리우드에서 이례적으로 조용한 시사회 행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개최된 할리우드 시사회에서 주인공 백설공주 역의 레이철 제글러와 여왕 역의 갈 가도트 등 주연 배우들은 언론 접촉을 최소화하며 영화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질문을 피해 갔다. 통신은 지난 12일 스페인에서 진행된 유럽 시사회 역시 언론 매체가 거의 초청되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됐다고 짚었다.

디즈니가 이처럼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건 캐스팅 결과는 물론 배우들과 관련된 갖은 구설수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백설공주 실사화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출연진 구성이 알려진 2021년부터 이어졌다. 백설공주 주연으로 콜롬비아 출신 어머니를 둔 라틴계 미국 배우 레이철 제글러(23)가 발탁됐는데, 일부 디즈니 팬과 보수 진영에서는 원작에서 새하얀 피부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 백설공주 역에 제글러의 외모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제글러의 거침없는 언행이 논쟁에 더욱 불을 붙였다. 제글러는 자신의 캐스팅이 논란이 됐을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래, 나는 백설공주지만 그 역할을 위해 내 피부를 표백하진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2022년 인터뷰에선 원작 내용을 두고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표현했고, 극 중 왕자에 대해선 “백설공주를 스토킹하는 남자다. 이상하다”라고 발언했다.

제글러는 정치 등 작품과 관련 없는 민감한 사안에도 직설적으로 목소리를 내 구설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원색적인 욕을 날리거나,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문구를 올리는 등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지지는 백설공주에서 악역 여왕을 연기한 다른 주연 배우 갤 가돗이 이스라엘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됐다.

영화 자체가 왜소증 환자에 대한 구시대적 편견을 재생산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왜소증 배우인 피터 딘클리지는 디즈니가 ‘백설공주’를 다시 제작하는 것 자체가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제글러는 이런 논란과 관련해 최근 패션 잡지 보그 멕시코와 인터뷰에서 “영화를 둘러싼 논란을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열정’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느끼는 것의 일부가 되어서 영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