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길거리 인기 음료 ‘슬러시’를 8세 미만의 어린이가 마시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17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소아질환회보(Archives of Disease in Childhood)’에는 최근 8세 미만의 어린이는 슬러시 섭취를 피해야 한다는 내용의 엘렌 크루셀 연구팀 연구 결과가 실렸다.
슬러시는 화려한 색상과 달콤한 맛으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 음료에는 글리세롤이라는 천연 감미료가 포함된다. 설탕을 대체하는 글리세롤은 음료가 완전히 어는 것을 막는 효과를 낸다.
문제는 어린이가 슬러시를 빨리 마실 경우 글리세롤 중독으로 쇼크나 저혈당, 실신 등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일랜드 더블린대(University College Dublin)의 연구진은 2018년에서 2024년 사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슬러시 음료를 마신 후 1시간 이내에 급성 질환을 일으켜 응급 치료를 받은 2~7세 어린이 21명의 사례를 연구했다.
당시 ‘글리세롤 중독’을 진단받은 어린이들은 대부분 의식을 잃고,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며 혈액이 산성화됐다. 이후 모두 무사히 퇴원했지만 4명은 뇌 검사를 받았고 1명은 발작을 일으켰다.
연구를 이끈 엘렌 크루셀 교수는 전 세계 수천 명의 어린이가 매일 멀쩡하게 슬러시를 마시고 있지만 이번 연구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슬러시 섭취 후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더라도 구토나 메스꺼움 같은 가벼운 증상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스트란라어에 사는 2세 여아가 슬러시를 마신 뒤 의식을 잃은 일이 있었다.
당시 이 아이는 슬러시 반 컵을 마시자마자 얼굴빛이 회색으로 변하며 기절했다고 한다. 병원으로 옮겨진 아이는 글리세롤 중독에 의한 혈당 저하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아이는 의식을 되찾아 하루 만에 퇴원했다.
현재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5세 미만 어린이의 슬러시 음료 섭취를 제한하고 11세 미만은 슬러시를 하루 한 잔 이상 마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이런 위험을 고려해 기존의 권고 연령을 높이고 8세 미만 어린이에게는 슬러시 음료 섭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