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안데스산맥 기슭에 사는 한 농부가 독일 에너지 대기업과 10년째 법정 다툼 중인 사연이 공개됐다.
1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루 농부 사울 루시아노 이우야(45)가 독일 에너지 기업 RWE를 상대로 처음 소송을 제기한 건 2015년이었다. 안데스산맥 인근 지역 우라아스에서 옥수수와 감자를 재배하던 이우야는 집 근처 팔카코차 호수의 수위가 높아져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안데스산맥의 빙하가 녹아내린 탓으로, RWE의 온실가스 배출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었다.
애초 이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여겨졌다. RWE는 페루 산업을 운영한 적 없고 RWE 본사가 위치한 독일 헤센에서 우라아스까지의 직전 거리는 무려 1만460㎞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우야와 그를 돕는 환경단체 저먼워치 측은,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의 0.47%가 RWE에서 비롯됐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홍수 방지 시설 구축 비용 분담금을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홍수 위험의 책임을 RWE에 물을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017년 2심 법원이 원칙적으로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증거를 수집하기로 하면서 승소 가능성이 생겨났다. 앞서 재판부는 2022년 이우야의 마을을 찾아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날부터 사흘간 증거 조사를 통해 토양 샘플과 드론 촬영 사진 등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피해 산정을 시도하기로 했다.
다만 RWE 측은 개별 이산화탄소 배출자가 지구온난화의 책임을 질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RWE 대변인은 “독일 법률에 따라 그런 청구가 가능하다면 모든 운전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법원에서 소급할 게 아니라 국가 간 차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