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에 억류된 전쟁 포로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 중 러시아에 생포됐다가 약 2년 만에 풀려난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옥 같은 세상이었다”며 감옥 생활을 돌아봤다.

최근 프랑스 디종 지역 일간지 르비앵뷔플리크는 프랑스 지역을 돌며 수감 생활을 증언하고 있는 블라디슬라프 자도린(25)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자도린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흑해의 작은 섬인 ‘뱀섬’(우크라이나명 즈미니섬)을 방어하다가 러시아에 생포됐다. 이후 2년 가까운 수감 생활을 한 그는 지난해 1월 3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포로 교환을 하면서 679일 만에 풀려났다.

자도린은 “여전히 꿈에서 전쟁을 보고, 감옥 소리를 듣는다”고 운을 뗐다.

수감 생활 도중 극심한 폭행과 고문을 겪었다는 그는 교도관의 폭행으로 자신의 피부색이 “파란색에서 녹색으로,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했다고 했다. 또 “그들이 수의학 도구로 몸의 모든 부위에 전기 충격을 가한 적도 있다”며 “이제 나는 불에 탄 사람의 살 냄새를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손톱 밑 바늘” “몽둥이 구타” “성폭력” 등 러시아 교도관의 고문 방식을 언급한 그는 많은 수감자의 성기가 절단됐다고 주장했다.

감옥에서 극한의 굶주림도 겪어야 했다. 그는 “우리는 종종 모래가 묻은 빵 한 조각만 먹었다”며 “우리는 화장지, 비누, 쥐를 먹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구금 전 120㎏의 육중한 체격이었으나, 석방 당시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중세에 머물러 있다”며 “100년 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죄수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에 생포됐다 풀려난 우크라이나 군인 블라디슬라프 자도린./엑스(X·옛 트위터)

자도린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포로들은 심리적 폭력에도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이미 점령됐으며, 러시아 땅이 됐다고 말했다”며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받았다”고 했다.

또 “아침에 일어나면 러시아 국가를 불러야 했다. 교도관이 우리가 부르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녁까지 계속 불러야 했다. 우리는 러시아 역사를 읽어야 했고, 하루 종일 러시아 라디오를 들었다”며 “우리를 러시아화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수감 생활 중 두 차례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그는 “출소 후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행복도 슬픔도 아무것도 없었다”며 “부모님이 다가오셔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여전히 그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두부 외상이나 담낭 수술, 양쪽 엄지발가락 절단 같은 물리적 후유증은 물론 심리적 상처도 깊다.

자도린은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기로 했다. 그는 “내 목표는 그곳에 있는 친구들을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프랑스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